제9집: 세계를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맞아야 할 한국 1960년 06월 12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291 Search Speeches

한민족의 책임

내가 무엇이 없다고 한스러워할 것이 아닙니다. 이 민족이 가진 것이 없다고 한스러워하지 말자 이겁니다. 역사를 보십시오. 갈릴리 해변가에서 몰리고 천대받는 어부들이나 데리고 다니던 예수라는 존재가 로마를 정복하고 20세기의 문명을 움직이는 인격자가 될 줄 누가 알았습니까? 그는 어부의 친구였지만 그 마음에는 세계의 심정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천지의 심정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원수라도 점령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심정의 기준이 서 있었기 때문에, 세계는 그의 심정의 기준을 중심삼고 수습되어 나왔던 것입니다. 그의 심정은 인간의 심정이 아니라 천정(天情)이예요. 천정을 중심삼고 수습되어 나오는 역사이기에 그래도 그의 주의, 그의 이념이 지금까지 남아져서 명실공히 세계를 움직이는 기독교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가진 것이 없다고, 아는 것이 없다고, 불쌍한 거지 모양이 됐다고 한스러워하지 맙시다. 옛날에 도를 따라나오던 우리의 선조들 중에는 옷 잘입은 사람이 없습니다. 잘 먹은 사람이 없어요. 고루거각에서 흥청대며 잘 먹고 잘 살던 사람이 없었습니다. 몰리고 쫓기면서도 시간만 있으면 바위에 머리를 박고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편안히 살 수가 없어 토굴로 들어가서 하나님을 붙들고 외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 한국 백성들은 무엇을 붙들어야 하겠습니까? 민주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니고, 기성종교도 아니고, 어떠한 이념도 아닙니다. 하나님을 붙들어야 합니다. 역사 속에 살아 계시고 세계의 심정을 갖고 허덕이는 하나님이시라 할진대, 그러한 심정을 가진 아들딸을 찾으심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렇다 할진대 우리 한국 백성들은 그런 입장에 제일 놓여지기 쉬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부모가 있습니까? 자식이 있습니까? 이북에서 온 사람들은 더우기나 땅이 있습니까? 집이 있습니까? 우리가 지금 이런 처지에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때 피난민들이 와서 교회를 세우는 것을 보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심정에 사무쳐 울부짖는 마음을 갖고 하늘과 연결되어 나와야 할텐데, 그러지 않고 외적인 사조와 결탁을 해 가지고 움직이는 데 급급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이 세계를 찾아오시는 하나님이 계신다 할진대, 그 하나님은 지정의(知情意)를 갖춘 하나님이심에 틀림없습니다. 왜? 인간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륜을 중심삼은 지정의가 아니라 천륜을 중심삼은 지정의입니다.

어떠한 도의 교리를 보더라도 출세하라고 한 것은 없습니다. 못 먹고 못 입고 희생하고 봉사하라고 했습니다. 밟히라고 했습니다. 밟혀야 됩니다.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도의 기준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민족이 이 민족입니다. 그러니 하나님과 담판해야 합니다. 담판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날 실존주의니 뭐니 하는데 부지런히 찾아보십시오. 현실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보란 말입니다. 어떻게 되나. 나중에는 절망과 고독에 부딪치게 되고, 개인주의적인 인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역사의 변천과 더불어 다시 변하게 됩니다. 그러니 하나님이니 무엇이니 할 것 없이 현실의 조류에 따라 흘러나가 보십시오 어떻게 되나. 자기네 주장대로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수천년의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갖가지 도를 중심삼고 나아온 민족이기 때문에 도를 중심삼은 민족성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이 민족처럼 신앙심이 강한 민족이 없습니다. 외롭고 불쌍한 처지에 놓여지게 되면 곧 점장이한테 가서 물어 봅니다. 요즘에도 그래요. 상하를 막론하고 그러한 심정이 농후한 이 민족은 무엇엔가 귀의하며 살아야 할 민족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종교들이 이 민족 앞에 거부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민족적인 종교가 나와야 된다는 말입니다. 민족적인 종교가 나와야 할 때가 왔고, 민족적인 주의가 나와야 할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 주의는 공산주의나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심정입니다. 심정. 이 민족은 이제 '하나님! 당신의 목적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완성된 하나의 인격체를 찾는 것이 아닙니까? 이 인류 가운데 하늘의 심정을 통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민족은 세상적인 인연과는 먼 입장에 있으니 하늘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입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를 싸매고 기도해야 합니다. 성경에는 밥을 잘 먹고 배가 요만큼 불러 가지고 기도하란 말이 없습니다. 뭐라고 했습니까? 금식을 할 때는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밀실에 들어가서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이 성경 말씀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말씀을 이루는데 있어서 딴 민족은 안 하더라도 한국 민족은 해야 합니다. 이제 할 일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그 무엇이 나와야 합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심정을 압니까? 자기 부모의 심정을 모르니 불효를 하지요. 자기의 부모가 자기를 얼마나 심정적으로 사랑하고 어느 만큼 애지중지 길렀는지를 진정 아는 아들이라 할진대 불효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