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집: 주인이 없는 아버지의 뜻 1963년 08월 11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293 Search Speeches

기도(Ⅰ)

창세기 1:27-31

[기 도(Ⅰ)]

지존하신 하늘의 주인되시는 아버지시여! 당신이 지으신 만상은 당신의 이념과 더불어 영원히 같이 있어야 할 것임을 저희들은 아옵니다. 아버지의 이념 앞에 모여 아버님을 모셔 놓고 환희에 넘쳐서 영광과 더불어, 그 지으신 천주가 기쁨의 대상으로서 드리는 찬양과 더불어 영원무궁토록 아버님의 참아들딸이 되어 그 영광 가운데 잠겨 사는 인간이 되지 못한 것이 지극히 큰 한임을 저희들은 오래 전에 깨달았사옵고 오랫동안 후회하여 왔사옵니다.

당신께서 고대하셨던 영광의 세계, 지존하신 아버지께서 환희와 기쁨에 넘치시고, 그 기쁨은 지음받은 만물의 기쁨이요, 그 영광은 지음받은 만물의 영광으로서 둘이 아닌 하나의 환희와 영광이 되어야 할 것이었사오나 그러한 이상적인 기준은 간 데 없고 도리어 슬픔으로 저끄러 놓았사옵니다. 이 모두가 인간의 잘못이옵고, 이 모두가 죄악 인간의 후손인 저희의 책임인 것 또한 잘 아옵나이다.

저희들은 아버지를 부를 때마다 슬퍼하시는 아버지의 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아버지의 성상을 우러러볼 적마다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없는, 죄악의 봉화불을 들고 하늘을 배반하여 왔던 후손임을 직고하지 않을 수 없음이 무한히 원통스럽고 통탄스럽사옵나이다.

이와 같이 죄악된 저희들을 붙드시기 위하여 하나님은 영광의 심정을 소망으로 남겨 놓으시고 기나긴 6천년 동안 참고 고대하셨사옵니다. 하루도 아닌 한 많은 6천년을 저희들 때문에, 저희의 선조들 때문에, 오늘날 땅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 때문에, 그리고 천상세계의 탄식권내에 머물러 있는 수많은 영인들 때문에 수고해 오신 아버지의 그 거룩한 은사를 생각할 때에 아버지 앞에 황공하오며 불초한 죄인인 것을 다시 한번 직고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아버지, 저희들은 크고 크신 아버지의 사랑 앞에, 수고로우신 아버지의 손길 안에, 상처 입고 찾아오신 아버지의 발자국 앞에 머리 들 수 없는 불초한 모습들이옵니다. 당신은 이토록 피눈물의 길을 걸어오셨사옵니다. 아버지는 이러한 길에 인간들이 동참해 주기를 고대하셨사오나 인간들은 그 길을 피해 왔사옵니다. 이와 같은 비참한 사정을 함께하고 싶은 것이 아버지의 심정이었사오나 자식 되어야 할 인간들은 소망의 그 뜻을 알지 못하고 그 심정에 못을 박기가 일쑤였사옵니다.

이렇듯 불효막심한 저희들이 아버지 앞에 다시 나와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라 부르고 있사옵니다. 그 아버지의 음성에는 무한한 슬픔이 스며 있사옵고, 아버지의 심정에는 통탄하고 가슴이 막히는 억울한 사정이 맺혀 있음을 저희들은 아옵니다. 저희들은 그러한 아버지를 붙들어야 되고, 그러한 아버지를 나의 아버지라 부르며 사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있사옵고 또한 아버지는 이러한 사정을 받아야 하는 불쌍한 아버지임을 저희들은 아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이 남아 있사옵고, 아버지께서 그 뜻을 버리지 않는 한 저희들도 이 길을 가면서 아버지를 다시 붙들어야 되겠사옵니다. 아버지의 모든 슬픈 사정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슬픔을 통고했던 것을, 아버지 앞에 용납을 구해야 했는데 구하지 아니했음을 아버지, 용서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사망의 물결은 오늘도 쉴 새 없이 저희의 생활환경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사옵고, 저희의 주위를 점령하여 하늘의 영광을 가리고 있사옵니다. 이러한 때에 저희들은 자신이 어떠한 자리에 있으며, 그 자리가 어떠한 위치인가를 다시 명심하여야 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오늘 저희들은 이와 같이 크나큰 섭리의 뜻 앞에 불리움을 받았사옵니다. 아무런 공적도 없이 불리움을 받았사옵니다. 아무런 수고의 행적도 없이 이 자리에 왔사옵니다. 아버지 앞에 드릴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이 자리에 왔사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부족함을 눈물로써, 저희들의 악함을 회개로써 직고하여 아버지를 다시 붙들고자 하는 간곡한 심정을 가지고 왔사옵니다.

탕자의 사정을 긍휼히 여기시던 아버지의 역사적인 수고의 인연을 아는 저희들, 그 인연을 바라고 긍휼의 심정을 고대하면서 찾아 나왔사오니 다시 한번 아버지의 깊은 심정으로 저희들을 얽어매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세상에 나아가 싸울 수 있는 저희들로 세워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금년은 1963년, 역사적인 한 때를 남겨 놓고 있사옵니다. 이때 저희들은 아버지로부터 새로운 세계사적인 역할과 사명을 인계받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입장에서 책임과 사명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되겠사옵니다.

수고로운 지난날의 모든 역사를 이 세상의 죄악과 더불어 탕감하여 버리고, 새로운 소망의 동산을 바라보면서 마음과 몸을 다시 가다듬어 심판의 깃발을 들고 원수 세계를 향하여 정비된 하늘의 정병으로서 행렬을 이루어 총진군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저희 앞에 다가오고 있사옵니다. 이러한 책임과 사명이 저희의 두 어깨에 젊어지워져 있음을 명심하여 하루한 시간을 아껴 싸우기에 저희들의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참다운 하늘의 정병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하늘의 용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하늘의 효자가 되겠다고 맹세하는 참다운 아들딸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지금 이 세상, 죄악된 이 세상을 바라보게 될 때 끝날이 가까운 것을 알게 되옵니다. 이러한 때에 저희들은 이 최후의 판가리 싸움에 나가 있는 힘을 다해 싸워야 되겠사옵니다. 비장한 결의와 싸움의 모든 것을 갖추어 가지고 하늘의 한을 풀기 위한 최후의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정병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사오니, 아버지 앞에서 다시 한번 비장한 결의와 맹세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수고로우신 아버지의 섭리의 뜻 앞에 불리움받아 염려를 끼쳐 드린 지난날의 모든 과오를 다시 한번 회개하면서 저희의 남아진 생을 아버지만을 위해 충성하겠다고 맹세하는 새로운 아들딸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새로운 세계에 심판의 주인공으로 나타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저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이날은 거룩한 날이옵니다. 만민이 우러러 아버지를 찬양해야 할 날이옵고, 정성을 다 모아 아버지를 섬겨야 할 날이오니, 아버지의 성호를 부르며 찬양하는 곳곳마다, 아버지,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더우기나 이삼천리 반도의 방방곡곡에서 하늘의 뜻을 품고 아버지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이 염천하에 외로운 음성으로 외치고 있는 당신의 아들딸들이 많사오니, 그들 위에도 같이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세계 만방에 널려 있는 수많은 당신의 아들딸들을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남아진 최후의 섭리의 뜻을 품은 그들 앞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버지의 사랑의 힘과 권고하심을 더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오늘 이후의 모든 절차를 아버지께서 맡아 주관하여 주시옵고, 한 생명이라도 헛되이 아버지의 뜻을 참소하는 자가 되지 말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옵니다. 모든 것을 맡겼사오니 뜻대로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