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집: 봄철과 인간 1970년 05월 03일, 한국 통일동산 (구리시 교문동) Page #120 Search Speeches

봄절기의 문명을 맞으려면

그러면 어떤 것을 가지고 타락이라고 하느냐? 우리 인간을 창조한 주인이 피조물과 더불어 최고의 행복을 노래하고, 최고 은사의 시기라고 찬양할 수 있는 봄절기를 주기 위해 지으셨는데도 불구하고 그 봄절기를 맞지 못한 것이 타락이라는 것입니다. 봄절기를 맞은 기쁨에 더하여 그 기쁨과 함께 무한히 발전하고, 무한히 무성할 수 있는 여름절기를 가져야 했던 인간들이 타락으로 말미암아 여름절기마저도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면 그 무성한 여름절기를 통해서는 무엇을 요구하시느냐? 하나의 결실을 요구합니다. 그 결실은 다시 봄절기를 맞을 수 있는 하나의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는 결실인 것입니다. 그 결실이 앞으로 다가올 겨울절기를 넘을 수 있는 생명력을 지녀야만 또다시 봄절기를 맞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인간도 반드시 하나님과 더불어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맞이하고, 가을을 맞이하여 무한한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자기의 생명 앞에 반대되는 그 무엇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압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닌 결실체가 되지 않고는 또다시 봄을 맞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모든 것이 갖추어진 이 봄날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환경에 있으면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본래부터 인간이 가져야 했던 봄날은 어떠한 곳에서 이루어졌어야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종교적 관점에서 타락 사건을 중심해서 볼 때, 타락 전의 시대가 아닐 것이냐? 만일 그것이 인간 타락 전의 시대라면 어떠했겠느냐?

그 시대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말할 수 없는 영광의 때였을 것입니다. 말할수 없는 소생의 힘이 온 천주에 충만하여 드높이 뻗어나갈 수 있는 때이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새로운 인연이 맺어질 것입니다. 나비와 벌과 같은 천사세계의 인연이 우리 인간과 더불어 화동하는 계절이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하늘과 땅이 화동할 수 있고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 만물이 인간과 하나님을 중심삼고 화동할 수 있는 계절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계절을 잃어버린 것은 바로 타락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이 그러한 계절을 맞이하였다면 하나님의 기쁜 은사의 터전을 중심삼고, 인간 세계에서도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여름절기와 같은 문화세계가 창조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세계가 이 땅 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세계는 두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 즉 통일을 표상하는 세계인 것입니다.

봄을 맞이하게 되면, 봄은 통일된 환경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초목이 봄을 맞이해서 전부 다 푸른 빛으로 통일된 환경을 제시하는 것을 우리는 바라보게 됩니다. 오늘날 인류의 문화세계에 있어서 이런 절기와 같은 통일된 문화의 세계를 이루었다면 그 문화는 인류역사에 남아졌을 것이고, 그 남아진 인류역사는 변천과 후퇴와 멸망의 운명을 지니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었을 것입니다. 인류의 문화와 문명이 이런 인연 가운데에서 남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인류역사과정에서 이것은 번번이 생겼다가는 망하고 망했다가는 또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역사는 발전돼 나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20세기의 문명은 어떠한 시점에 처해 있느냐? 이 시대는 문화역사노정에 있어서나, 혹은 인류역사노정에 있어서 가을절기와 같은 시대권내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가을은 무엇을 예고하느냐? 끝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종교든지 인류역사의 종말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단 기독교뿐만이 아닙니다. 고차적인 사상계를 지배하고 있는 수많은 종교들도 인간의 종말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을절기를 넘어설 수 있는 한계선에 와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가을절기를 맞이한 20세기의 문명권내에 살고 있는 인류들에게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인가? 생활적인 면에 있어서 결핍을 느끼고, 환경적인 면에 있어서 위협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가을절기가 지나고 종말적인 겨울절기가 타락한 우리 인류 앞에 필시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이 겨울절기를 넘어설 수 있는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결실이 되었느냐 못 되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들이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