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집: 우주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1985년 12월 18일, 한국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Page #47 Search Speeches

인간의 힘만으로" 수습될 수 -" 현세계의 실정

세상에서는 대개 교수님 하면, 아는 것이 꽉차 있고 다 자기 나름대로 주장할 수 있는 관(觀)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나름의 잼대를 각자 다 갖고 있다구요. 작든 크든, 훌륭하든 못하든 어떻든간에 자기 나름의 잼대를 갖고 자기 나름의 망원경을 끼고 측정하는 데 챔피언이다, 실례지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내가 만찬 모임 때에는, 무엇을 먹고 말을 하려면 힘들기 때문에 집에서 뭘 좀 먹고 왔습니다. 먹고 와 가지고 배가 찝찝하기 때문에 암만 좋은 것이 있어도 구미가 동하지 않는다구요. 이렇게 볼 때, 지식이 꽉차 뚱뚱하게 배부른 교수님들 앞에서 (웃으심) 구미가 동할 수 있는 말씀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여러 집회를 했지만, 집회 가운데 공식적인 집회에서는 주제를 정하고 포멀(formal;형식적)한 얘기를 하게 된다면 일목요연하게 관을 세워 가지고 전후가 딱 맞게끔 얘기를 해야 맛이 난다고 보는 교수님들일 텐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면 무엇인가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공식적인 입장을 떠나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자, 그러면, 제목이라 할까요? '도대체 이 우주가 어디로 가느냐?' 하는 큰 문제도 되겠고, 작게 본다면 '도대체 나라는 사람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 하는 문제도 되겠습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역사를 두고 철학이 혹은 종교가 탐구해 오던 문제입니다. 아직도 미해결점으로 남아져 이제는 큰바위에 부딪쳐 가지고 그야말로 전부 다 분쇄되느냐 하는 위험천만한 시대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타고 넘느냐? 이것을 어떻게 부수고 나가느냐? 격파냐, 도약이냐? 이것이 문제가 되는 거예요. 그런 내용을 갖고 같이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저라는 사람은 소개한 바와 같이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하는 일은 레버런 문 일생을 중심삼고 행복을 추구하는 데서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 태어나 가지고, 복잡다단하게 소용돌이치는 서구사회의 맨 가운데에 폭삭 빠져 가지고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는 환경에서 몸부림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고, 내 자신을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레버런 문 자신은 어디로 갈 것이냐? 너는 어디로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야 할…. 현재 국가의 입장을 보면, 지극히 위험한 수위를 넘은 것을 내가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심각하고도 기막힌 실정을 배후에 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그대는 어찌하여 세계라는 그 회오리,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서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또 서구사회에서 지금까지는 나라는 사람을 환영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환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시대권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지금 서구사회의 방향이 막혔어요. 자기들이 보고 있던 역사관이라든가 사상관을 중심삼고는 이미 벽에 부딪쳤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돌아서든가 도약을 하든가 해야 된다구요. 그런데 돌아서 가지고는 지금까지 탐구한 역사 과정의 실속을 찾을 길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격파하든가 도약하든가 해야 될 입장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약이라는 것을 하려면 줄이 있어야 되는데, 평면적인 줄을 잡아 가지고는 안 되는 거예요. 종적으로 드리워진 줄이 있어야 타고 넘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막힌 담을 격파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모르지만, 서구사회는 이미 그런 힘도 없고 종적인 줄을 타고 넘을 수도 없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나는 많이 체험해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레버런 문이란 사람은 어디로 가느냐?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것은 한국 국민에게 있어서나 서구사회에서나 다 같이 느끼는 공통 운명의 길일 것입니다. 인간의 힘 가지고는 이 포화상태가 해결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있어서 만일 신이 있다면, 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이렇게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