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집: 좋은 날 1977년 07월 03일, 미국 Page #55 Search Speeches

좋은 생애를 남기고 싶은 것이 우리 인생의 소원

여러분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보는 것으로 모든 환경을 판단하게 마련입니다. 척 볼 때 좋은 날이면 좋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자연을 보게 될 때 그 경치가 아름다우면 좋다고 느끼는 것이라구요. 그것이 평면적으로만이 아니예요. 자연이 아름답고 아침 햇빛이 그 자연과 더불어 비춰지게 되면,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입체성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푸른 들이 있고 푸른 강이 한없이 흘러가면 넓고 희망적인 것을 거기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그러한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삭막한 그 자연만 남아 있다면 그 얼마나 무미건조하겠느냐 이거예요. 그게 좋긴 좋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이거예요. 우리는 보니까 좋다구요. 자연이 좋고, 강이 좋고, 해가 좋고, 아침 햇빛이 좋고…. 그렇지만 눈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 이거예요.

그다음엔 듣는 것, 귀가 있다구요. 그런 가운데서 관현악 같은 노래가 들려오고 말이예요, 아름다운 노래, 귀가 즐거울 수 있는 노래가 들려오게 되면 흥겹다구요. 자, 여러분들이 여기서 보라구요. 지금 자연이 아름다워서 '아!' 하고 취해서 보는데, 거기에 자연스러운 음악 소리가, 아주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리면 귀가 그 음악 소리 들리는 데로 가요, 안 가요? 다 버리고 간다구요, 그래요?「예」 그럼 어떤 것이 좋은 거예요? 자연이 좋은 거예요, 음악이 좋은 거예요?

노래가 왜 좋을까요? 거기에는 모든 자극이, 희비의 심정을 울려줄 수 있는, 모든 것에 자연을 표시하든가, 깊은 심정에 흘러가는 그러한 느낌을 주는 그런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적인 노래를 필요로 한다 이거예요. 그렇지요? 그건 참 기분 좋은 거라구요.

여러분들도 그렇잖아요. 일주일만에. 위크엔드(weekend;주말)가 되어 가지고 일부러 두 시간, 세 시간 차를 타고 달려 경치 좋은 데에 가서 라디오를 틀어 놓고 뭐 야단하고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노래가 좋다는 것은 틀림없다구요. 그렇지요? 그건 틀림없다구요.

그다음에는 자연이 좋고 노래도 좋지만 거기에 향기로운 냄새가 나면, 노래 소리도 다 집어치우고 자연도 다 집어치우고 '흠흠' 하며 냄새를 맡는다 이거예요. 그거 원하지요? 그렇지요? 그러면 눈이 좋고, 귀가 좋고, 코가 좋은 그것만으로 만족하냐? 만족이 되느냐 이거예요. 그다음엔 재미있게 말한다 이거예요. 재미있게 말하는 상대가 있으면 '하! 자연이 있는데 상대는 그만두소! 노래 소리 듣는데 상대는 그만두소! 이거 향기 맡는데 상대는 그만두소!' 이래요? 재미있는 상대가 있어 얘기하게 될 때는 입이 좋아한다구요. 입이 자랑한다구요. 생각해 보라구요. 자연이 참 절경적으로 아름답고, 아주 최고의 음악이 들려오고, 아주 향기가 짙은 그런 가운데 취해 앉아 있다 하더라도 그게 재미있는 시와 같은 말을 하고, 사랑스런 소설 얘기를 하고 자연보다 더 묘미 있는 심정적 느낌, 자연을 느끼는 것보다 더 감정적으로 깊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재미있는 얘기를 못 당한다 이거예요. 그렇지요?

말하면 그저 입만 말하나요? 입만 말하는 게 아니예요. 말하면서 귀도 좋아하고, 눈도 좋아하고, 그다음엔 세포도 좋아하고, 온 몸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말을 하고 싶다 이거예요. 그렇지요? 그래서 복장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이고, 세포가 움직이고, 모든 오관이 움직이면서 말을 하고 싶어한다 이거예요. 아무리 그렇게 말하더라도 가만히 말하면 재미없는 거예요. 말할 땐 그저 만지고 쓸고 이런 놀음이 벌어진다 이거예요. (행동을 해보이심)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