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집: 그리운 고향 1971년 06월 24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35 Search Speeches

부모형제보다 하나님을 " 생각했다

선생님의 형님은 병이 있었는데 신앙의 힘으로 고치고, 이 나라가 해방될 것까지도 영계를 통해서 미리 알았던 사람입니다. 동생이 가는 길에 있어서, 동생에게 무슨 사명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앞으로 동생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가져야 될 것을 영계를 통해서 가르침을 받아 가지고 누구보다도 큰 소망을 품고 나오던 형님이었습니다.

내가 그런 형님에게 동생으로서 많은 수고를 시켰어요. 복귀역사에서 가인복귀라는 문제를 두고 볼 때, 그런 의미에서는 그 형님이 대표적인 가인의 입장에 선 사람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가정은 환난노정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 가운데서도 형님은 동생을 위해 수고를 하는 데는 불평할 줄 몰랐습니다. 그런 형님을 대해 내가 언제 조용히 만나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정리(情理)를 나누던 것과 같은 그런 시간을 가져 보지 못했습니다.

또, 우리 아버지로 말하면 아버지는 법이 없어도 사실 분이었습니다. 만일 아버지께서 어디서 바쁘게 빚을 얻어 왔을 경우, 그 빚을 갚는다고 약속한 날에 이자까지 갚아 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분이었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약속을 이행하는 사람이라구요. 약속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모범적인 분이었습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구요. 선생님은 그런 아버님을 자식으로서 효성을 한다 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 내 동생들을 보면, 손위의 누나들도 그렇지만, 동생들은 선생님 때문에 희생됐습니다. 안팎으로 희생됐습니다. 그런 모든 것을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가정을 대하여 누구보다도 잊을 수 없는 심정적 내연(內緣)을 남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더욱이 어머니께 미안한 것은…. 여러분 중에도 아는 사람은 알 거예요. 왜정 때 관부 연락선 곤린마루(崑崙丸)가 깨져서 침몰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이 그 배를 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배를 타고 고향에 간다고 전보를 쳐 놓고 막상 떠나려고 동경역에 나가니까 하늘이 가는 길을 막더라구요. 그때 친구 세 사람이 전송을 해주려고 나왔었는데 그 길로 돌아서 가지고….그 시간에 차를 타고 배를 탔으면 배하고 같이 깨졌을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어 가지고 친구네 집에 가게 됐던 것입니다. 고향에 간다고 전보했는데 어떻게 돼서 못 간다고 전보를 해야 할 텐데…. '자 이렇게 되었으니 며칠 동안 우리와 같이 놀자'고 하는 친구들에게 끌려가서 3일 동안 지내고 보니 전보를 못 쳤습니다. 그때까지도 배가 깨졌다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사흘 후에야 그것을 알게 된 거라구요. 그래 가지고 집에 전보를 하긴 했는데, 그 과정에 고향에선 큰 난리가 벌어진 거예요. 들리는 소식엔 배가 깨졌지, 고향에 온다는 전보는 왔으니 틀림없이 죽었다 이거예요.

여자가 치마를 안 입고 속바지 차림으로 다닌다면, 그건 자기 정신이 아니지요? 어머니가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때가 9월이니까 출지도 않은데, 신발이니 뭣이니 생각할 여지가 있었겠어요? 그것을 생각하게 될 때 '아! 부모의 사랑이 그렇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의 고향 마을에서 정주읍까지는 이십 리입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이십 리 길을 왕발(맨발)로 뛰고, 부산까지 갔다 왔는데, 신이고 옷이고 무엇이고 생각할 정신이 있었겠어요? 우리 아들 죽었다고 맨발로 뛰어 나와 가지고 부산 수산경찰서까지 가서 조사를 하니 명단에는 없고, 알 수가 있나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틀림없이 아들이 죽었다고, 이래 가지고 그렇게 골똘한 마음을 가지다 보니 왕발로 뛸 때 그 발바닥에 아카시아 가시가 박혔다는 것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것이 박혀 가지고 곪아 터질 때까지도 몰랐다는 거예요. 그때 내가 보름 후인가, 하여튼 열흘이 지난 후에 돌아왔어요. 돌아와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아! 내가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어머니였습니다.

선생님에 대하여 문중에서는 기대가 컸습니다. 저 사나이가 공부를 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그래도 무엇인가 될 것이라고 말이예요. 또, 내가 그 면 일대에서는 문제의 사나이였습니다. 잘되면 충신이 되고 못되면 역적이 된다고…. 성격이 대단했고, 그런 소문을 낳고 있던 사나이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선생님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가를 생각하게 될 때, 그런 어머니 앞에 효도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전혀 해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