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소년시대의 기질과 "억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정주보통학교에서의 졸업식 때의 일입니다. 많은 학부형들과 전체 선생들이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고 정주읍, 그때는 읍이었는데, 정주읍의 유지들이 축하하기 위해 전부 다 모였습니다. 그 졸업식에서는 교장의 훈시가 있었고 그 다음에 손님의 축사가 있었는데 그 다음에 내가 자원해 가지고 그 단상에 나타나서 일본에 대해서 반박하던 사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그 앞에서 그랬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소년시대의 기질이 보통 기질이 아니었던 모양이지요. 그때는 산하에 있는 모든 것, 보이는 산이면 산 그 너머에는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하면 안 되는 거예요. 성격이 그랬어요. 그리고 골짜기마다 무슨 새가 살고 무슨 동물이 사는지 샅샅이 뒤져야 돼요. 이 산에는 무슨 나무가 있고 무슨 풀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산나물 같은 것도 내가 모르는 것이 없다구요. 지금도 바구니 들고 가게 된다면 말이예요, 산나물의 모든 종류를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누나하고 혹은 동네의 아주머니들하고 산나물 캐러 가더라도 언제든지 앞장서 가 가지고 산나물을 뜯던 생각들이 납니다. 그렇게 산에 있는 모든 식물에서부터 조류, 벌레들까지 그저 모두 탐사하는 그런 취미가 컸다는 거예요. 어떤 때는 철새 한 마리가, 보지 못한 철새가 있는데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어요. 이 철새를 한번 봤는데, 아 요걸 다시 만나 가지고 어떤 생태로 어떻게 사는지 그걸 연구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그 새가 있던 그 곳의 샘물이라든가―그게 그래요. 새를 찾으려면 생수가 나는 샘물을 찾아야 돼요. 해가 떠오르기 전에는 반드시 새들이 와서 물을 먹는다구요―그런 걸 알아 가지고 샘물이 있는 곳에서 일주일, 몇 주일씩 지키면서 그 새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거 얼마나 지루해요? 그래 가지고 그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찾아냈어요. 물을 먹고 가서 앉을 때는 대개 자기 집 가까운 데나 자기 집에 찾아가거든요. 이래 가지고 그 둥지를 찾아서 새끼들이 자라는 것을 들여다보고 하던 이런 모든 일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있느냐 하는 문제 등등을 중심삼고 기도하고 노심초사하던 일과 학생시대에 주일학교 일을 하면서 학교를 짓던 모든 이런 사실들이 전부 다 생각납니다. 과거지사를 전부 돌아볼 때, 지금에 있어서는 이것이 추억의 한 말이 될는지 모르지만 그때에 있어서는 참 심각하였어요. 자기 생애의 미래를 걸어놓고 어떻게 갈 것이냐 하는 문제를 담판하는 시기였습니다. 이것이 인간만의 결정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 인간들의 생각을 넘어 결정적 노정을 취할 수 있는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렇게 그런 신앙길로부터 고심하던 모든 전부의 추억이 생생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