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1집: 지도자의 기준을 갖춰라 1991년 10월 23일, 한국 한남동 공관 Page #93 Search Speeches

선생님이 원고를 "지 않고 이야기를 하" 이유

오늘 다들 가겠나, 여기 있겠나? 「가겠습니다.」 이제 윷놀이나 한번할까? 저기 저 보희네 패하고 협회장네 패하고. 응? 「아버님 저희는 내일부터 행사가 있기 때문에…. (박보희 회장)」 난 아무데도 안 가. 행사는 주인 마음이야. 나는 말할 이야기도 생각도 안 하고 지금 이러고 있어. (웃음) 자기는 원고 다 써 놨잖아? 다 써 놨지? 「예, 써 났습니다.」 (웃음) 그러니까 그래. 나는 매일같이 하루에 열 번도 얘기할 텐데 어떻게 원고를 쓰노? 원고 쓰지 않고 해먹을 준비 해야 된다구. 그 대신 흉보겠으니까 수첩 종이 한 장 떼어다가 딱 갖다 놓고 얘기하는 거야. 기록한 건 하나도 없지만 딱 그렇게 해 놓고 기록해 놓은 것 보고 하는 것처럼 틀림없이 싹싹 이야기하면 되는 거지. (웃음) 언제 원고 쓰고 해먹겠나?

그래도 내가 이런 원고 안 쓰고도 말할 수 있겠는지 걱정이다! 내 어머니 일본 보낼 때 마음이 안 놓이던 거와 같이 내 자신이 원고를 안 쓰더라도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구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 훈련이 되어 있어야 돼요. 세계 학자든 누구든 해서 원고 안 쓰고도 얼마든지 해먹을 수 있다 이거예요.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이 반신불수같이 떨기 때문에 그렇지. (웃음) 그렇지 않아요? 하루에 열 번도 더 하고, 한 20번도 더 하는데, 언제 원고를 쓰노? 녹음 테이프 틀면 나오듯이 대면 말이 나와야지. 원고를 써서 얘기하면 영적인 폭이 상당히 좁아져요. 도자기 병 작은 구멍에서 신비로움이 나오듯이 그런 무엇이 없다구요. 단조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원고 쓰기를 싫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