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집: 우리의 사명과 책임 1971년 08월 13일, 한국 청평수련소 Page #158 Search Speeches

대담했던 어린시절

복귀역사는 가인 아벨 복귀역사입니다. 원리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너를 내 생명보다 더 사랑한다. 내 마음을 바쳐 죽기까지 사랑하고, 부활해서까지도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정성을 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꺾여 넘어갑니다. 그런 실험을 해보면 하나님이…. 지금은 그런 놀음 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딱 걸고 낚아채는 거예요. '내일 아침에 오나 안 오나 보자' 이겁니다. 누가 내 목에 칼을 들이대더라도, 칼을 꽂더라도… 선생님은 그런 운동을 많이 했다구. 알겠어요?

이왕에 죽음을 각오한 녀석이니까 죽을 놀음을 한번 해보는 것입니다. 죽을 놀음을 해서도 안 죽게 되면 추앙받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사람은 엉뚱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엉뚱한 생각을 할 줄도 알아야 됩니다. 그런데 엉뚱한 생각만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생각을 함과 동시에 엉뚱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무엇을 하는 데도 시시하게 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우리 동네에 엿 고는 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서당이 있었는데 서당 애들이 왔다갔다할 때는 그 엿 고는 냄새가 코를 자극시켜 군침이 돌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엿이 덜 된 것을 무엇이라고 하나?「조청이라고 합니다」그래 조청. 선생님이 하루는 애들에게 '그것 먹고 싶은 사람 손들어라. 내가 한번 실컷 먹여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건 좋은 일이라구요. 시골 불쌍한 사람들 한을 한번 풀어 준다는 마음으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가서 '아버지, 제가 돈을 좀 써야 하겠는데, 거 소 판 돈 있지요? 아버지 오늘 내가 죽으면 그돈 어떡할거예요? 아들한테 쓸돈 있으면 나죽기 전에 좀 주십시오' 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나 쓸 거냐'고 하시길래 '주시면 얼마를 쓰든지 제가 알아서 적당히 쓰겠습니다' 하고는 타냈습니다.

선생님의 아버지도 선생님 말 잘 들으셨다구요. 벌써 열 네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작전 계획을 딱 세워 놓고, '이리 갑시다' 하면 따라오실 수 있게 했던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잘못하면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 심정을 역이용해 가지고 딱 걸어 놓으면…. 뭐 왼다리 걸리고 바른 다리 걸리고 다 걸린다는 것입니다. 내가 열 다섯 살쯤에는 사돈의 팔촌까지 전부 다….

지금 파주에 묻히신 할아버지께서는 독립운동의 주모자였습니다. 원래는 그분이 33인 가운데 들어가야 됩니다. 그분은 5도 책임자가 되어 가지고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강원도를 순회하면서 독립자금을 모으러 다녔습니다. 3·1운동 거사할 때, 그 교회 장로인 이 명룡씨를 대신 파송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금광을 했는데 목사하는 양반이 금광을 하다 망했다고 소문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알고 보니 그분이 그때 우리 재산을 전부 다 저당잡아서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으로 내놓았던 것입니다. 그것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알게 된 일이예요.

그 할아버지가 그랬기 때문에 우리 큰집 일가가 전부 다 동양척식회사에 저당잡혔던 것입니다. 할아버지 이름으로 도장을 전부 다 찍어 주었기 때문에 몽땅 넘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에 우리 어머니가 대단했다구요. 공부도 안 한 우리 어머니가 그걸 전부 다 빼돌렸습니다. 삼촌, 친척 할것 없이 살살살 해 가지고 전부 빼돌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큰집이 삼촌 이름으로 돼 있었어요.

그 삼촌은 욕심이 많은데다 덜렁덜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삼촌이 우리집에 쫓아와서는 '이 집이 큰집 것인가, 우리 집이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어머니가 듣고 몹시 기분 나빠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머니, 왜 그러십니까? 해 가지고 열 네살 때 작은 어머니를 구슬러 가지고 도장을 살짝 넘겨 온 거예요. 사촌들이 내 말을 잘 들었어요. 그래서 어느 뒤주짝 어디에 함이 있다는 걸 알아 가지고 작은 어머니를 구슬린 겁니다.

작은 어머니는 나를 좋아했습니다. 나도 또 그분을 좋아했습니다. 내가 어디에 가려면 반드시 여비도 대주고 그랬어요. 작은 어머니와는 통했기 때문에 '아, 우리 집안에 아무개가 우리 전부를 대표한 조상이다'라고 하며 정성들여 가지고 내게 여비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런 것을 영계의 대감님이 전부 다 가르쳐 준다는 겁니다. 내가 어디 가려고 하는데 여비 좀 해달라고 하면 투정을 부려도 통하고 그랬어요.

그런 작은 어머니를 내가 살랑살랑 구슬러 버린 겁니다. '작은 어머니, 내가 도장 하나를 갖고 싶은데 삼촌 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그랬더니, '열 네살 난 녀석이 도장은 무슨 도장이냐'고 그러는 거예요. 그때는 꾸며대는 겁니다. '내가 꿈에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도장이 요러요러한 도장인데, 그 도장을 꾹꾹 찍으니 하늘이 기뻐하더라구요. 그거 아주 좋았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꾸며서 들이대니 멀거니 바라보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삼촌 도장을 한번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 도장을 가진 사람은 복받아요. 삼촌 도장이 꼭 그렇게 생겼을 것 같은데 한번 구경했으면 좋겠어요' 그랬더니 '아, 그래? 하면서 보고 싶으면 한번 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도장을 보긴 했는데, 그걸 가져가야 되거든요. 그래서 작은 어머니, 이런 도장을 나도 하나 새겨서 갖고 싶은데 하루만 빌려주세요' 해 가지고 그 도장을 가져다 그날 척 넘겨 버린 겁니다. 그리고 나서 후에 도장을 갖다 주면서 '나 도장 하나 잘 새겼습니다' 하고 갖다 준 것입니다. 뭐 조그만 녀석이 그런 놀음을 했을 줄 알았겠어요?

그렇게 한 1년쯤 지난 후에 삼촌이 '어, 큰집은 우리 집이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 어머니는 맏동서인데 세찬 분이었어요. 작은 동서들이 대사를 치를 때 잔치를 잘못하면 기합을 주었어요. 그러면 아랫 동서들은 맏동서라고 그러냐고 툴툴하고 코웃음을 치고 그랬어요. 그런데 삼촌이 뒤에 알고 보니 그집은 큰집 것으로 되어 있거든요. 선생님이 그런 놀음을 잘했다구요. 살짝 하러 다니고 말이예요. 벌써 열두살쯤 될 때는 동네의 시집장가가는 사람들 사진만 봐 가지고도 나쁜 것 좋은 것 다 가렸다구요. (웃음)

자, 그러면 동네 총각들, 이 못사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조청을 한번 실컷 먹여서 한을 풀어 주어야 할 텐데, 이게 돈 몇푼 가지고는 안 되는 거라구요. 그렇다고 아버지 돈을 갖다가 몽땅 써 버리면 안 되겠고, 그래서 투전 판에 가서 한판한 것입니다. 소판돈 전부를 한꺼번에 떡 거는거예요. 하나님이 보우하사, 내가 틀림없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는 겁니다. 알겠어요? 새벽 닭이 홰를 치고 나면 코가 비시시해 가지고 돈은 전부 한 곳으로 모이는 거라구요. 그렇게 돈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을 보고 한잠 잘 자고, 새벽에 일어나 쓰윽 보고 '나도 한번 하자' 하고 대드는 거예요. 돈이 있느냐고 하길래 나도 그만한 돈 걸면 될 거 아니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 가지고 한판 하는 겁니다. 짓고땡이를 하는데 내가 장땡인 거예요. (웃음) 선생님은 그런데 빠릅니다. 벌써 이길지 질지 안다구. 자신 있게 딱 들이대면 틀림없어요. 한번 해 가지고 먹고 쥐고도 남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라고 해서 함부로 얕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무서운 사람인 줄 알거든요. 서슴지 않고 칼침도 놓는다구요. 만약에 어떤 녀석 도망가면 그의 어머니 아버지를 깔고 앉아 가지고라도 끝을 내고 만다는 이름이 나 있었다구요. (웃음)

내가 아홉 살 때 한번 맞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녀석이 내 코피를 터뜨리고 도망을 가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집 문전에서 30일 동안 기다려 가지고 끝내는 그의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또 떡까지 한 시루 받아 가지고 왔습니다. (웃음)

선생님은 한번 한다 하면 하는 사람입니다. 알겠어요?「예」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도 '내가 한번 할 테다' 하게 되면 나중에 그렇게 하는 거라구요. 알겠어요?「예」 그래 가지고 한판 해 가지고 조청을 산 것입니다. 그때 조청이 한 독이 십 몇원밖에 안 하더구만요. 그래 가지고 '옛다, 이거 먹고 물러가라' 하면서 한바탕 먹였더니 그만 설사가 난 거예요. (웃음) 그 일이 잊혀지지도 않아요. 몹시 궁하던 판에 기름기 있는 음식이 들어갔으니…. 그 음식이 기름기가 좀 있거든. 그래 가지고 설사가 났습니다. 내가 그런 놀음도 해본 거라구요. 나는 무엇을 한다 하게 되면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라구요. 내가 지독하다면 지독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일생 동안 팥죽 사발이 되어 가지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허리 부러진 호랑이 모양이 됐으니 이거 됐어요? 기가 막히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