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집: 21세기 한국의 비전과 남북통일 1986년 03월 20일, 한국 서울 힐튼호텔 Page #144 Search Speeches

남북이 대치된 입장-서" 이상세계와 관계를 가질 수 -어

여러 교수님들은 말씀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의 사정을 잘 알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서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를 동정해서 여러분의 발 밑에까지 끌어내려 주면 좋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올려다보면서 말하는 것이 쉽지 내려다보면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부탁드립니다.

우리 평화교수협의회, 이 협의회는 본인으로 말미암아 시작되었습니다. 그 구성기반은 세계에 근거하고 있어요. 제가 늘 하는 말은 '이 교수협의회는 하나의 가족이다' 이겁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패밀리'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도 높고 낮는 것을 다 걷어치우고, 여러 고명하신 교수님들도 자기 권위, 명예를 위해 사시는 그 권위가 귀중하지만 오늘 저녁만은 다 풀어 놓고, 형제와 같은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번 털어놓고 이야기해 봅시다.

내가 원고를 다 써 놨지만 안 가지고 나왔습니다. 원고를 안 가지고 나오게 되면 실례되는 말도 할 수 있고, 격하게 되면 좋지 않은 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용서해 주기를 바라겠어요. 만일에 용서를 구하지 않고 했다가 잘못되면 '아, 그 문 아무개란 사람이 제멋대로 놀더군, 교만하더구만' 할 것인데, 그런 말을 대구에 와서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고명하신 여러 선생님들께서 그것만은 약속해 주기를 바라겠습니다. 어떠세요? 네? 「좋습니다」 (박수) 허락해요? 감사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됐나? 시간이 많이 갔는데, '21세기의 한국의 비전과 남북통일'이라는 방대한 제목의 내용을 원고로 하면 책으로 몇 권이 될 수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9시 반까지, 지금이 8시 35분인데 그 시간에 할 수 있을지 못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다가 시간이 되면 중단하더라도 용서해 주기를 바라겠습니다.

21세기의 한국의 비전과 남북통일, 이건 방대한 제목입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인류는 그야말로 혼란 와중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더 갈래야 더 갈 수 없고 미래상을 가려 잡을 수 없는 실상권 내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인류에게 '그대들의 소원이 뭐냐?'고 물어 보면, 하나의 세계가 되고 평화의 세계가 되고 통일의 세계가 되는 것이라고 답을 할 것입니다. 그건 어느누구에게나, 지구성에 살고 있는 인류라면, 공통된 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인류가 그렇게 답할 것은 사실이지만, 더우기 남북이 대치된 입장에 있는 한민족은 더더우기나 세계 사람들 앞에 서 가지고 남북통일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아무리 세계에 하나의 이상세계가 실현되었다 하더라도, 남북이 갈라진 국가의 비운을 지닌 민족이 있다면 그 민족은 이상세계와는 관계를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세계에 이상세계가 실현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살고 있는 국가가 이상권에 서 가지고 그다음에 세계적 이상권이 필요한 것이지, 만일에 자기 나라가 이상적 기준에 서지 못했다 할진대는 세계가 아무리 이상권에 섰더라도 그 민족은 세계의 평화와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더 내려가서 아무리 나라가 하나됐다 하더라도 우리 개인에 있어서 몸과 마음에 갈등이 있어 가지고 평화의 기준을 갖지 못한다면, 아무리 나라가 평화의 기반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 개인은 나라의 평화와 상관을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고 볼 때, 세계에 있어서 평화세계를 이루기 전에 평화의 나라를 이루어야 되고, 평화의 나라를 이루기 전에 평화의 개인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것이 기본적인 문제로 등장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