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집: 위하는 삶을 통한 종족적 메시아 사명완수 1990년 07월 11일, 한국 국제연수원 Page #266 Search Speeches

신세지지 않고 살기 위한 훈련

우리 같은 사람은 어디 가더라도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합니다. 강이 있으면 고기가 있고, 들에 가게 되면 뱀이 있고 개구리가 있고 새가 있으니 그거 잡아 먹으면 될 것 아니예요? 바느질하는 아줌마 방에 가 가지고 실 세 발하고 귀 떨어져 못 쓰는 바늘 하나만 달라고 해 가지고 호롱불이나 초에 불 붙여서 바늘을 휘게 해 가지고 낚시바늘을 만드는 거예요. 이빨로 말입니다.

선생님 이빨이 여기 갈라졌습니다. 갈라졌지? 감옥에서 바늘 만들다가 갈라졌어요. 감옥에선 바늘이 참 귀하거든요. 구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만들어 써야지요. 그때 거기에 가마니 매는 갈구리가 있었어요.

그 쇠, 강철을 가만가만히 천 번을 두들기는 거예요. 갑자기 세게 두들기면 열 받아서 안 돼요. 싹싹싹싹 천 번을 두들기면 짜─악 요렇게 되거든요. 그다음엔 여길 싹 꼬부라뜨려요. 그래서 그걸 가라스(유리)로 째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그걸 갈아 가지고 살살살 펴서 바늘을 만드는 거예요. 그때 여기 구멍이 동그라면 안 되니까 그걸 이빨로 꽉 물어서 만드는 거예요. 그다음엔 이걸 잘라야 되는데, 혼자 자르려니까 이빨로 물어 자르는 거예요. 그러다가 이빨이 이렇게 됐습니다. 지금도 얼굴을 볼 적마다 감옥생활이 생각납니다.

그래 가지고 바늘을 만들어 두게 되면 그 소문이 청사에 전부 나 가지고 주일, 토요일만 되면 바늘 얻으러 오는 거예요. 그러면 상감마마처럼 앉아 가지고 '너도 먹고 물러가라. 너도 먹고 물러가라' 하고 종살이 시키면서 빌려 주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아침에 나가면 전부 다 인사를 합니다. (웃음) 그럴 땐 바늘도 만들 줄 알아야 된다구요. 내가 만든 바늘이 세상에서 만든 바늘보다 더 잘 들어가요, 정성 들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다음에 빤쯔 같은 것 본뜨는 것도 내가 다 가르쳐 줬다구요. 보자기들이 들어오거든요. 보자기들이 들어오면 그걸 통째로 접어서 그냥 그대로 본떠 가지고 주일날이면 빤쯔 열 개도 만들어 입을 수 있는 거예요. 만들어 가지고 갖다 대면 딱 들어맞아요. 내가 버선 본을 못 뜨나, 손장갑을 못 뜨나, 모자를 못 뜨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하더라도 밥은 벌어 먹게 돼 있지요.

실 한 발하고 바늘 하나만 있으면 그거 꼬부라뜨려 가지고 낚시하는 거예요. 끄트머리를 이렇게 만들어야 되니까 바늘 맨 끝을 조금 고부라뜨리는 거예요. 그러면 고기가 한번 물었다 하면 못 빼는 거예요. 이래 가지고 대나무, 대나무가 아니라도 좋아요. 갈대 나무도 좋고, 아카시아 나무도 좋아요. 기다란 것을 가지고 쓱 가서 한나절만 잡으면…. 고기가 어디 있겠나 하고 손질하면서 쓱 돌아보는 거예요. 물 온도 차이 나는 데가 어디냐, 샘이 어디냐 하고. 이렇게 찔러 보면서 한바퀴 빙 돌다가 '아, 저쪽이 온도 차가 있구만!' 할 때는 그쪽에 가서 드리우는 거예요. 그러면 틀림없습니다. (웃음)

왜? 고기들이 전부 다 생수 나오는 데 좋아하잖아요? 산소가 많으니까. 틀림없이 거기에는 고기가 모여 있기 때문에 거기 가서 낚시질하면 백발백중입니다. 보통 사람은 그거 모르기 때문에 딴 데서 하루종일 해봐야 한 마리도 못 잡아요. (웃음)

이렇게 하면 몇 시간에 한 바구니를 잡는데, 그거 잡은 걸 다 뭘 하겠어요? 아주머니한테 척 가 가지고 '아주머니가 실 줘 가지고 내가 낚시질 해 왔소' 하면서 배를 따 놓는 거예요. 그다음엔 물어 볼 것 뭐 있어요? 벽에다 돌 갖다 세우고, 부엌에 들어가 쟁개비 갖다가 올려 놓고 동남풍아 불어라, 사통팔달 날아라 하고 불을 때면서 고추 있으면 고추 썰어서 집어 넣고 간장 치고 싹 끓이는 것입니다. 그래 놓으면, 쫄깃쫄깃한 게 밥 반찬으로 그 이상 맛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밥 한다고 하면 말이예요, 밥 하기 전에 그걸 딱 만들어 놓고 나는 이제 가겠다고 하면, 밥 다 끓었으니 제발 밥 먹고 가라고 하지 그냥 가라고 하게 안 돼 있어요. 자기도 먹어 보니 맛있거든요.

그렇게 며칠만 해 보라는 거예요. 그 집이 내 집 대신 되는 거예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둥둥 내 사랑 하고 슬슬 쓸어 주고 긁어 주고 하게 되면 대번에 하나되는 거예요. 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렇게 하면 다 좋아하는데, 딴 집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 마찬가지 아니예요? 인간 사는 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거기 가서 박자만 맞추면, 자기 손자보다 낫고 아들보다 나으면 같이 있자고 안 그러겠어요? 걱정이 뭐예요, 걱정이?

난 그래요. 겨울이 되어 눈이 오게 되면, 쓱 해 가지고 꿩 잡고 토끼 잡는 거예요. 그것도 내가 챔피언이지요. 여우도 내가 얼마나 많이 잡았게요. 여우 가죽 팔게 되면 한 석 달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거예요. 왜 신세지고 살아요? 내가 숯 굽는 것도 다 알아요. 광산에서 동발 버티기 하는 그것도 다 배운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세(문서)가 훤하지요, 어디 가든지. 선생님이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훈련을 했기 때문에 남 못 할 일을 다 하는 것입니다. 척 보면 문세가 훤하거든요. 내가 빚지지 않고 빚지우는 사나이로서 어떠한 길을 택해서라도 복귀 천국을 이룰 수 있는 터전을 닦으려니 계급을 초월하는 이런 훈련을 한 것입니다.

산에 가면 산 사람이 되고, 바다에 가면 바다 사람이 되고, 농촌에 가면 농군이 됩니다. 농사 지을 수 있는 훈련도 한 것입니다. 내가 농사 짓는 데 있어서도 못 하는 게 뭐 있나? 모내기 같은 것 하게 되면 내가 다른 사람보다 3배는 빨라요. 열두 포기 중에 딴 사람이 세 포기 하면 그 세 배인 4분의 3은 내가 옮긴다구요. 빠르다구, 후루룩 하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오른손이 가 가지고 모를 떼려고 해요. 나는 벌써 이 왼손으로 다섯 손가락에 전부 갈라 놓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손으로는 갖다 꼽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걸 모르거든요. 그걸 모른다구요. 그것 왜 이 손이 가서 갈라요? 이 손이 가기 전에 딱 집어서 다섯 손가락에 일대 이대 갈라 놓고 요거 잡아 심고, 요거 잡아 심고 하는 거지요. 그렇잖아요? 모 딱 쥐어 가지고 요렇게 되면 요거 잡아당기고 요거 잡아당기고 요거 잡아당기고 이렇게 해 가지고 전부 다 하는 거지요.

그런 걸 다 연구했기 때문에, 내가 팔도강산 어디를 돌아다녀도 돈벌이는 문제없다 이것입니다. 전부 자활적인 실력을 갖춰야 됩니다. 말뿐이 아니야, 이놈의 자식들아! 젊은 놈들이 어디 가 가지고 밥도 선 자리에서 못 얻어먹고 그래?

어디 가더라도 밥 갖다 놓으면 가서 퍼먹고는 말이예요, '뭘하오?' 하고서 물 푸게 되면 물도 푸고, 기계를 풀게 되면 올라가서 기계도 풀어 주고, 그렇게 한 나절 땀이 쭉 빠지도록 쓱 해 주고는 목욕하고 나서 '나 밥값 했소. 다시 만납시다' 하고 노래 부르면서 쓱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게 사내다운 놀음 아니예요?

저 누군가? 김삿갓! 김삿갓 노래는 김영휘가 잘하지? 그거 얼마나 멋져요. 석양 지는 산마루에 떠나가는 김삿갓, 얼마나 그거 멋져요! 한 잔 쓱 하고 말이예요. (웃음) 술 안 먹어 보고도 그 기분 알지 뭐.

나는 어디 가더라도 빚 안 지고 사는 거예요. 미국 가서도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빚 안 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다 만들어 놓은 다음에 미국놈들 반대할 것을 딱 계산해 가지고 후딱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밤이나 낮이나 자질 않아요. 벌써 어떤 때, 어떤 때가 온다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바꿔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