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집: 하늘이 함께하는 길 1978년 01월 03일, 미국 Page #143 Search Speeches

심정적으로 가까이 인-되어 있어야

우리가 부산에서 피난생활 할 때, 원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와꾸(わく; 틀)니 뭣이니 줄까지 내가 쳐 주었다구요.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갔다구요. 얼굴에 코만 그리면 옷 같은 건 내가 다 칠했다구요. 밤을 같이 새워 가면서 그런 거예요. 열두 시부터 시작해서 하루 저녁에 초상화를 40매까지 그렸다구요.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예」

그거 전부 다 그리려면 선을 잡아 가지고 줄을 딱 쳐야 되는 거예요. 40매씩 가져오면 줄을 쳐서 줄을 따라서 본떠 가지고 그리는 거예요. 전부 다 줄을 쳐 주는 거예요. 한 장에 얼마냐? 3불씩이었어요. 한 장에 3불. 귀국하는 미군들의 막사에 가 가지고…. 귀국할 때 색시한테 선물 줄게 있나? 자기 색시의 초상화를 주는 게 제일 좋은 선물임을 알았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를 내 가지고 그 놀음을 한 거예요. 거 지금 같으면 30불 40불, 아니 한 300불 받을 거라구요, 여기 미국 같으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혼자 평균 20장 이상을 하루 저녁에 그려야 됐다 그 말이예요. 거 그릴 수 있느냐 이거예요. 그래 할 수 없이 내가 전부 다 했다는 거예요. 밤을 같이 새운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게 되면 길 절반까지 나와서 기다려 가지고 데리고 들어온 거라구요. 내가 그때 원리원본 초고 쓸 때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때 그 인상을 지금도 잊지 않아요. 그 미스터 김도 잊어지지 않고, 선생님에 대해서 고맙게 했던 일, 피난 와 가지고 외롭고 서러워 같이 달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살던 일, 그 인상이 뗄 수 없을 정도로 남아 있는 거예요.

그때 미스터 김은 회사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것이 자기 연인을 찾아오는 것보다도 더 재미있어 했다구요. 그렇게 되어야 된다구요. '너 좀 집에서 쉬고 있으라' 해도 '아! 저 싫습니다' 하고 선생님만 따라다녔다구요. 변소에 가서 30분만 앉아 있으면 변소 문을 두드린다구요. 변소에 가서 졸 때가 많았어요. (웃음) 그만큼 심정적으로 가까와져 있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피난 나올 때도 자기 어머니와 집을 다 버리고 나왔다구요. 거기 있으라고 해도 다 집어 던지고, 선생님을 따라나선 거라구요. 그렇게 심정적으로 인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식구들은 지금 선생님 안 온다고, 선생님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아야 된다구요. 아들 있고, 손자 있고, 영감도 다 있는데 눈물을 뚝뚝….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예」

여러분들에게 그런 책임이 있다는 거예요. 밤에 다니면 먹을 것 있으면 뒀다 같이 나누어 먹으려고 하고, 그저 화동해서 전부 다 풀어주려고 하고, 어려운 것이 있으면 내가 개척해 주려고 하고 말이예요. 그러니까 좋지요. 그러니까 따라오지요, 핍박받으면서도, 동네방네에서 야단하는데도 말이예요, 나라에서 다 추방하려고 하는데도 말이예요.

옛날에 우리는 그런 분위기였다구요. 그래 전도 나가서 사람이 전도되게 되면 전도한 사람이 그저 보고 싶어 매일 오는 그런 분위기였다구요. 그런 분위기에 의해서 지도하라고 했다구요. 그래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그렇게 지도했다구요. 그러니 세상에 자기 집보다도 낫고, 학교보다 나으니 학교도 안 가려고 하고, 직장에도 안 가려고 하고, 집에도 안 가려고 하며 전부 다 모이려고 했다구요. 그래서 그게 문제가 됐다구요.

자식이 어디 가 있다 온다면 부모가 '열두 시가 됐는데 가서 자면 좋겠다' 그러겠어요? 밤을 새워서라도 '아이구 좀더 있으면 좋겠다' 그런다구요. 여러분도 그런 마음 다 가져야 됩니다. 그 마음을 가져야 된다구요. 그렇지만, 자식이 피곤한 것을 알기 때문에 돌려 보내며 아쉬워서 자기 혼자 기도하는 거예요. 그럴 수 있는 심정이 될 수 있어야 된다구요. 잠들면서도 중얼중얼할 수 있는 마음 상태가….

겨울이 되어 추우면 '이제 춥겠구나' 하며 옷을 사줄 생각을 해야 된다구요. 아들딸 이상 염려해 줘야 된다고, 아들딸 이상. 사람은 영물이기 때문에 속이지 못하게 되어 있다구요. 적당히 해서 속이지 못한다는 걸 알아야 된다구요.

여자들은 물론이지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도 더 선생님 보고 싶어하는 거예요. 이렇게 남자들보다도 '아이고 선생님 보고 싶어!' 이럴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선생님 보는 거예요. 앉아서 마주 보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선생님도 생각하고, 뜻을 생각해 보라구요. 여러분들이 진짜 생각해 보면, 선생님이 이 나라에 와서 정 붙일 것 같아요? 정 붙을 거 뭐 있느냐 말이예요, 생각해 보라구요. 미국에다 정 붙일 거 같아요? 다들 생각해 보라구요. 맨 처음에 와서 마음 붙일 데가 있었어요? 누굴 대할 수 있는 마음이 못 됐어요. 심정적 환경을 다 던져 버리고 혼자 와 가지고 이 놀음 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