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집: 절대적 가치관 1982년 11월 25일, 미국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프라자호텔 Page #300 Search Speeches

종교적 가치관의 붕괴와 그 원인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에 이르러서는 종교는 종류의 여하를 막론하고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기능과 인간정신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종교는 점점 그 생명을 잃어가고 있으며 신앙은 점점 더 형식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는 이제 종교로부터 점점 관심이 멀어져 가고 있으며 열화(熱火)같이 타올라야 할 신앙본연의 자세는 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로 중대한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류의 정신을 선도해야 할 종교가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였을 때, 세계는 무법천지(無法天地)로 화하여 인류는 온갖 폭력과 난행(亂行)과 살육의 바다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지로 오늘날 그 같은 현상들이 일기 시작하였으며 공산주의의 책략에 의하여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종교적 가치관의 붕괴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붕괴의 원인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첫째로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성장 등으로 인간정신이 물질주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요, 둘째로 공산주의를 위시한 각종의 무신론과 유물론사상이 급속히 또 광범하게 만연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요, 세째로 정치분열의 이름 밑에 국가의 교육정책에 있어서 종교를 교과목에서 배제함으로써 어렸을때부터 무신론사상을 주입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요, 네째로 공산주의자들이 적화공작을 위해서 그나마 남아 있는 가치관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요, 다섯째는 종교적가치관을 이론적으로 수호해야 할 확고한 본체론이 결여된 때문입니다.

이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섯째의 본체론의 결여인 것입니다. 본체론이란 절대자에 관한 이론을 말합니다. 각 종교마다 그 교리가 성립되는 근거로서의 절대자가 있습니다. 유대교의 절대자는 여호와신이요, 기독교의 절대자는 갓(Cod), 즉 하나님이요, 회회교의 절대자는 알라신입니다. 유교나 불교는 절대자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교의 덕목의 근본인 '인(仁)'은 천명과 연결되기 때문에 '천(天)'이 유교의 절대자라고 볼 수 있으며, 불교에서는 제법(諸法)은 항상 변화하고 있으며 진리는 제법의 배후에 있는 '진여(眞如)'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 진여가 불교의 절대자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절대자에 관한 설명이 심히도 애매합니다. 절대자의 속성이 어떤 것이며, 창조는 왜 했으며, 창조의 동기는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창조하였으며, 도대체 하나님(절대자)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등에 관한 해명이 종교마다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각종교의 덕목이 성립하는 근거가 확실치 않으므로 오늘날 종교의 설득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