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집: 현대과학과 인간의 도덕적 가치관 1973년 11월 26일, 일본 동경 제국호텔 Page #236 Search Speeches

인류 공동의 복리와 과학의 진로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불원(不運)한 장래에 참담한 사태가 나타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 같은 주체성(主體性)의 점차적인 상실의 이유를 본인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즉, 과학은 가치관(價値觀)의 문제를 부득이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던 줄로 알고 있으나, 시일의 경과에 따라 과학이 점차로 분과적(分科的)으로 흘러서 드디어는 도덕이나 가치의 문제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나서, 과학에 대한 인간의 주체성(主體性)과 주관성(主管性)이 약화(弱化) 또는 상실(喪失)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간이 과학을 발달시킨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줄 알지만 궁극적 (究極的)으로는 어디까지나 인간 공동의 복리(福利), 즉 인류 공동의 평화와 번영의 실현에 있다고 보아 잘못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의 영역이 세분화(細分化)되고 그 방법이 가일층 분석주의(分析主義)로 흐른 나머지 인류 공동의 복리라는 가치적인 방향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발전되어 온 것으로 보고 싶습니다.

인간이 과학에 기대한 것은 '인류 공동(人類共同)의 복리(福利), 에 있었고, 주체(主體)인 인간의 행복에 있었던 것으로 보며, 이에 대하여 과학이 보여준 성과는 대상(對象)으로서의 물질적 환경(物質的環境)의 개선(改善), 또는 생활수단의 개발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인간이 바란 것은 주체(主體)의 복리(福利)였으나 과학이 성취한 것은 대상(對象)의 개선(改善)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인간의 요망(要望)과 과학의 성취와의 불일치에서 인간의 주체성의 상실이 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싶습니다.

과학에서는 생활환경과 수단의 개선(改善) 개발과 같은 대상의 문제 해결에 주력하면서도 동시에 주체성의 문제도 함께 다루는 것이 소망스러운 일이라 할 것입니다. 물질적 및 분석적인 방법과 더불어서 정신적및 통일적인 방법을 병용(竝用)하고, 나아가서 인간의 존엄성을 긍정하면서 일정한 도덕적 가치관의 터 위에서 과학이 다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과학적 풍토가 조성될 때 공해 (公害)와 같은 불안한 문제는 미연에 방지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있어서 인간 본연(人間本然)의 상(像), 즉 인간의 본성(本性)이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