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집: 우리를 위하여 당하신 일들 1960년 10월 16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247 Search Speeches

기도

마태복음 3:1-17

아버님, 말씀을 전하다 보니 심히 부족함을 느끼옵니다. 얼마나 외치고 싶으셨고, 얼마나 통곡하고 싶으셨으며, 얼마나 발을 동동구르고 싶으셨사옵니까? 천적인 위신과 아버지의 체면이 있는 연고로 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울지 못하시는 아버지의 사정을 알았사옵니다.

[기 도]

아버지, 역사노정을 거쳐 나온 저희들이 자신의 반영을 세계로 돌리고 세계의 반영을 내 일신에 지녀, 이 세계를 움직이시는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효자, 효녀, 충신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것이 아버지의 소원임을 알았고, 원수를 아버지 앞에 서게 하지 말고 저희가 책임져야 함도 알았사옵니다. 저희들 이제부터라도 뜻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새로운 각오 아래 하늘 뜻 앞에 늠름히 설 수 있는 아들딸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아버지, 이제 저희들이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렸사오니 일일이 분부하여 주시옵소서.

저희 앞에 험한 길이 찾아 들고 핍박이 연할지라도 아버지를 생각하고, 외로움에 눈물이 솟구칠지라도 아버지를 생각하고, 비애의 곡절에 사무쳐 몸둘 바를 모를 때에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 길은 내가 가야 할 길, 일생의 일로 삼아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여 감사히 여기며 갈 줄 아는 아들딸이 된다면 저희들은 망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한 저희들을 통하여 이 민족은 새로운 방향을 알 때가 올 것이고, 세계 인류의 새로운 문화의 기준, 새로운 시점을 세울 때가 올 것을 아오니, 저희들, 인정의 기준을 넘어 천정의 인연을 갖추고, 천적인 심정의 동산을 건설하기 위한 나팔을 드높이 불며 행군하는 용사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사탄의 종말을 보기 위해서 원수의 적진을 향해 총진군하는 당신의 아들딸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하늘이 잃어버린 인간들을 찾아 하늘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승리의 개선가를 부르고도 남을 수 있는 아들딸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아버지,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어린애와 같은 저희들이옵니다. 더우기나 헐벗고 굶주린 어린애입니다. 저희는 몸에 상처를 입었사오며 굶주려 있사옵니다. 그러나 저희는 당신께서 친아버지로 지금까지 저희를 찾아오신 줄 알기에, 저희의 상처와 저희의 모습이 어떠한가 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아버지의 말씀이 그립고 아버지의 음성이 그리워서 당신을 내 아버지라 부르며 나왔사옵니다.

이 시간, 남한 각지에서 외로운 자의 뒤를 따르며 외로운 심정을 품고 눈물짓고 있는 아들딸들에게도 당신의 심정의 인연으로 이때를 알고 천상의 심정을 상속받아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불쌍한 만민을 자기의 자녀같이 품을 줄 알고, 사탄을 대하여 책임지고 싸울 줄 알고, 더 나아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효성을 다할 줄 아는 아들딸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당신의 심정을 대신한 자녀를 찾는 것이 아버지의 소원이옵고, 잃어버린 아버지를 다시 모시는 것이 자녀의 소원인 것을 저희들은 아옵니다. 아버님, 이 시간 불쌍한 저희들을 보시고 아버지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긍휼히 여길 수 있는 저희가 되게 하여 주시옵고, 저희는 아버지의 긍휼의 품에 품기어 한없이 후회하면서 뉘우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하늘이 맡기시려는 시대적인 위업, 세계적인 위업, 더 나아가서 천주적인 위업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아버지께서 품어 주시옵고, 연단시켜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오면서, 모든 말씀을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니이다. 아멘

하늘은 잘난 자만 찾지 않는 것을 아옵니다. 또한, 타락한 이 땅 위에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릴 그 무엇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나이다. 다만 죄악의 늪에서 허덕이는 자기 자신을 뉘우치고, 아버지의 서글픈 심정에 사무쳐 머리 숙여 눈물을 흘리는 자를 품어 주시고 찾고 계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아버지, 저희들이 걸어온 발걸음이 그러하고, 저희의 심정이 그러하옵거든, 오늘 저희들을 대하여 주시고 품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머리 숙여 경배하는 이 날 이 시간, 하늘과 땅이 하나 될 수 있는 심정의 인연이 높이 드러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심장을 통하여 뿜어 나오는 환희에 찬 피가 저희의 동맥에 뻗쳐 흐를 수 있는 이 시간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아버지의 가슴이자 저희의 가슴이요, 아버지의 심정이자 저희의 심정이요, 아버지의 감각이자 저희의 감각이 되어 한스러웠던 아버지의 고통을 저희들이 체험하게 하시고, 슬프셨던 아버지의 사정을 체휼할 수 있는 이 시간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여기에 모인 당신의 아들딸들을 버려 두지 마옵소서. 그리워하셨던 이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시옵고, 아버지께서 하시고 싶은 그 말씀을 이들의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는 이 시간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 시간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고자 하오니, 아버지, 친히 같이하여 주시옵소서. 어린애의 심정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그 심정만을 좇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께서 슬프면 저희도 슬픈 심정, 아버지께서 기쁘면 저희도 기쁜 심정, 아버지께서 억울하면 저희도 억울한 심정이 되어 심정을 통하여 말하고, 심정을 통하여 받고, 심정을 통하여 하나 될 수 있는 이시간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그렇지 못할진대, 황무지와 같고 광야와 같고 쓸쓸한 빈 들판과 같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삼천만 민중의 심정을 녹여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하늘 앞에 불길처럼 타오르는 뜨거운 심정만이 이 민족 앞에 필요한 것을 아옵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저희들이 눈물의 길을 자진해서 걷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십자가의 길과 핍박의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고난과 더불어 죽음과 더불어 싸움의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옵니다. 이러한 책임이 저희에게 있음을 알았사오니,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고 능(能)을 가하여 주시옵소서.

새로운 각오와 결심으로 내일을 위하여 싸울 수 있는 강한 당신의 아들딸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아버지, 친히 같이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말씀을 보았사오니 2천년전 예수님에게 세례를 주던 세례 요한의 모습을 그리워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는 30여 년의 생애노정에 있어서 먹을 것을 먹지 못하였고, 입을 것을 입지 못하였습니다. 먹은 것은 석청과 메뚜기였고, 입은 것은 가죽 옷뿐이었습니다. 초조한 심정, 정성들인 그 한 몸에는 하늘의 슬픔의 자국자국이 남아 있었사오나, 슬픔의 그 주인공을 심정으로 대하지 못할 때는 그것이 도리어 화로 변한 것을 알았사오니, 세례 요한이 외치던 그 음성을 오늘 여기에 모인 당신의 아들딸들도 심정으로 느끼게 하여주시옵소서.

세례 요한에게 머리를 숙여 세례를 받던 예수의 모습을 심정으로 모셔들일 수 있는 자가 되지 못하면, 2천년전에 이스라엘 민족이 저끄린 죄상(罪狀)을 거듭 저지르게 된다는 것을 배웠사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아버지 앞에 새로운 봉화를 들고 나서는 세례 요한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예수의 대신자가 될 수 있는 아들딸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잠들어 있는 이 땅, 사망의 물결이 짙어가는 이 땅 위에 아버지의 생명과 영광의 흔적을 드높여, 잠든 자들의 마음 골짝골짝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하늘의 역사가 이 천지에 나타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를 위하여 저희들이 손과 발이 필요하고 몸이 필요한 것을 알았사옵니다. 명령하시는 대로 어느 곳이든지 가겠다고 아버지 앞에 맹세한 바 있사오니, 저희의 모든 것을 몽땅 아버지 것으로 사용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이런 뜻을 위하여 이 시간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시간 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을 대할 수 있고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저희들의 모임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올 때,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