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집: 인생길을 가는 우리 1959년 09월 06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78 Search Speeches

동기와 목적을 모르" 인생

사람들은 흔히 말하기를, 인간은 왔다가 간다고 합니다. 자고이래로 아무리 훌륭한 성현군자도 왔다가 갔습니다. 이런 역사의 움직임, 이런 천륜의 움직임은 이 순간 나에게도 연속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생각해야 될 것입니다. 왔다가 가야 할 우리 자신들입니다. 무슨 인연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이 땅에 와서 이 만상과 혹은 어떠한 이념적인 형태 속에서 뒤넘이치다 가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무엇을 위해 왔으며 무슨 목적을 위하여 가는가? 이것을 수많은 철인들, 혹은 수많은 종교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해결지으려 하였으나 해결짓지 못한 채, 인류역사는 그로 인한 서러움과 더불어 지금까지 움직여 나왔습니다. 또 지금도 계속 움직여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긴장된 순간에 있는 우리입니다. 아니 갈래야 아니갈 수 없는 인생 행로를 걷고 있는 우리임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모의 혈통을 통하여 태어나고 보니 생각지도 않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 살다가 보면 뇌쇠하여서 가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꽃다운 청춘시절이 지나가 버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요, 자기 모습이 노쇠하는 것을 방비하고자 하되 방비할 수가 없는 서글픈 사실을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안타깝고, 생각하면 클클하고, 생각하면 무엇인지 모르게 사방을 휘저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남을 여러분은 생애노정에서 몇번씩 느꼈을 것입니다.

내가 왜 왔으며, 내가 왜 살아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느냐. 태어난 것을 여러분 스스로 태어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태어나기는 했으되 무슨 동기로 태어났으며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나를 낳게 한 동기와 목적을 알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나기는 났으되 내가 나고자 해서 난것이 아니요, 살기는 살되 내가 살고자 해서 사는 것이 아니요, 죽기는 죽되 내가 죽고자 하여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를 들어 무엇을 자랑할 것이냐. 자기 자신이 나고 싶어 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그 무엇을 갖고 살지도 못하고, 죽음길을 피할 수도 없는 자신을 갖고 무엇을 자랑해 보아야 처량할 뿐입니다. 났으니 살아야할 운명이요, 또 그렇게 살다 가야 할 운명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살다 가는 목적은 무엇인가. 여러분은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동기가 나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었으니 목적도 나만의 것이 아님에 틀림없습니다. 사는 데 있어서 행복한 자리를 싫어하는 자가 어디 있으며, 호화찬란한 자리에서 살고 싶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나입니다. 그렇지만 또 자신을 자랑하고 싶고, 마음대로 살고 싶고, 마음대로 남아지고 싶은 나입니다. 이런 심정의 교차점을 지닌 나라는 것입니다.

나를 연유하여 나지 않은 내가 보다 큰 무엇을 요구하고, 보다 더 잘살기를 바라고, 더 큰 목적의 가치를 요구하는 것이 나 때문이냐, 그렇지 않으면 어떤 상대적인 목적 때문이냐 하는 것을 여러분 자신들은 분명히 알아야 됩니다. 손을 들어 나 때문이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혈육을 받고 태어날 때 스스로 나고 싶어서 났어요? 부모가 나를 낳기는 했어도 나는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생명체요, 마음대로 이끌 수 없는 생명체요, 마음대로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는 생명체인 것입니다.

그러한 권한 누가 갖고 있는가? 그 권한의 소유자를 해명하는 날, 자기를 중심삼고 즐거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들은 이 기준을 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이 우리임을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으로 더 큰 무엇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 일생을 통해 사망의 권한을 밀고 나가 실제로 더 큰 놀라운 생명의 세계와 인연을 맺고 싶어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어떠한 정적인 사랑의 심정이 있어 인간의 정적인 세계를 넘어 영원불변의 정적인 세계와 접하고자 합니다. 해명하고 증명할 수는 없으되 그런 느낌에 내가 수시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 무엇이 모순된 세상을 저버리도록 재촉하고 있는 것을 양심이 맑으면 맑을수록 느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