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집: 하나의 하나님과 하나의 세계종교 1972년 03월 20일, 영국 후렌즈미팅하우스 Page #87 Search Speeches

하나님을 영원히 소유하려면

그러면 인간과 하나님이 주체와 대상관계에 있어서 합하고자 하는, 서로서로 하나되고자 하는 공동목적의 자리가 어떤 자리냐 하는 가치적인 내용을 우리 생각해 봅시다. 도대체 인간들은 하나님 앞에 어떤 관계의 자리에 처하게끔 만들어졌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욕망을 보게 되면, 최고의 것을 전부 다 갖고 싶어합니다. 하나님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을 점령했다 하더라도, 만일에 그 하나님 속에 한 가지라도 남아진 것이 있다면 그 나머지까지도 점령하지 않고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인 것입니다.

결국 하나밖에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점령하게 될 때, 비로소 그 하나님은 영원히 내 하나님이 되는 것이요, 하나님의 소유는 영원히 나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점령하지 못하게 될 때는, 아무리 지금 당장 하나님을 모시고 있다 하더라도 그 하나님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러한 주체 되시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을 중심삼고 서로 점령하고 점령당할 수 있는 자리가 어떤 자리냐? 이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하나님을 중심삼고 인간이 제자의 입장에서 사랑받는 자리냐 하면 아닌 것입니다. 혹은 하나님에게 딸이 있고 아들이 있다면 하나님의 사위가 되고 며느리가 되는 자리가 최고의 목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입니다. 인간은 그보다도 한걸음 더 들어가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고 딸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자리는 원치 않는 것입니다. 이런 관계가 맺어질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하나님과 인간의 부자관계의 자리인 것입니다.

인간을 중심삼고 인간이 찾아가야 할 자리, 이 우주의 궁극적인 진리문제를 놓고 누구보다도 고심한 사람이 있다면 여기 있는 이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신비스러운 경지에 들어가서 인간이 찾아야 할 우주의 최고의 진리가 무엇이냐 하는 것을 타진하였을 때, 그때 얻은 답이 무엇이냐 하면 방금 말한 부자의 관계라는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를 낳아 준 세상 부모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낳아 준 부모와의 관계는 타락권내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타락하지 않고 하나님과 인간이 하나될 수 있는 본연의 자리, 그 자리에서 맺어진 하나님과 인간의 부자의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만일 인간이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 하면 그 아버지의 것은 모두 아들에게 상속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일생 동안 수고해서 돈을 벌어 가지고 집을 짓고 재물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어린 아들딸들이 '이건 우리집이야, 전부 다 우리 것이야' 한다고 해서 자식에게 '요 녀석아, 내가 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수고할 때 네가 보기나 했느냐? 하고 책망하는 부모는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자녀를 보고 '야 이 녀석 이거 기특한데' 하며 칭찬을 합니다. 그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귀엽게 보이는 것이요, 더 큰 소망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지내 봐서 알겠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좋은 것과 귀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을 것입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타락한 우리 인간도 이렇거늘, 타락하지 않은 본연의 인간이 아버지라고 하는 그분, 하나님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지은 우주는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도 우리 아버지라고, 내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 속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사랑, 절대적인 그 사랑도 내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 사랑.

만일에 아들의 자리에 서 가지고 부모에게 '어머니 아버지가 갖고 계시는 사랑은 내 사랑이 아니고 남의 집 아들의 사랑입니다' 한다면, 그 부모는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을 영원히 자기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아들일수록 하나님은 그 아들을 미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자기 아들딸이 자기보다 훌륭하게 되는 것을 기분 나빠하는 부모가 있어요? 부모는 잘났는데 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애기를 가만히 보니까 못났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아기가 어머니 아버지보다 더 잘생겼소' 하면 그 부모는 좋아하는 것입니다.

자, 이러한 입장을 두고 볼 때에, 하나님은 인간을 지으실 때 무가치하게 지으시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고 좋아하실 것인가 슬퍼하실 것인가를 모르게 짓지 않으셨다는 거라구요. 만일 그렇게 지으셨다면 하나님은 이상한 하나님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절대적인 분이기에 무엇이든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르고 지으셨다면 그 하나님은 잘못된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절대적인 분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을 지으실 때도 절대적인 상대로 지으신 거예요. 인간의 가치가 그만큼 될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