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집: 남북통일을 대비한 활동 강화 1990년 11월 09일, 한국 한남동 공관 Page #186 Search Speeches

책임자의 인생행로" 고독하고 곡절도 많아

아이커스(ICUS;국제과학통일회의)가 출발할 때 선생님이 어떠했어요? 그거 생각나우? 「예. (윤세원 성화대학 학장)」 난 면사무소의 급사 모양이었어요. 윤박사는 그때 태양 같고 말이예요. 그렇다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나는 그걸 다 받아들였습니다. 다 받아들였어요. 거기에 대항했으면 무엇이든 벌써 다 뭉그러져 버렸지요.

보라구요. 내가 얘기(기조연설)한 후에 유진 위그너 같은 사람이 거기에 반대해 가지고 소리를 지르고 뛰쳐 나가고 그랬던 거 알아요? 그런 천대를 받았습니다. 내가 할 말을 한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다 잊어버린 것입니다. 큰일을 하려니…. 높은 산이 됐으면 바람도 먼저 맞아야 되고, 여름이라도 눈을 지고 있어야 됩니다. 그거 얼마나 부럽겠어요. 푸른 지대에 자라고 있는 초목들이 꼭대기에 눈을 지고 있는 걸 바라볼 때 얼마나 부럽겠어요. 그것이 만일 백두산이면 백두산, 부사산(후지산)이면 부사산 꼭대기가 얼마나 부럽겠노! 부럽다고 그 자리를 안 지키면 어떻게 되겠어요? 명산이 다 깨져 나가는 것입니다. 그래, 남들은 잘사는 세상 가운데 있을 때에 선생님은 그렇게 꼭대기에 백설을 지고 혼자 고독하게 나온 생애가 된 거예요. 그러나 백두산 혹은 히말라야 산정을 답반(踏攀)하는 용사들 앞에는 그게 희망봉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내가 미국에서 아무리 큰소리를 하더라도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예요? 이놈의 자식들, 뭐 어떻다고 큰소리하더라도 '그렇게 돼 있지' 한다구요. 워싱턴도 그런다구요, 워싱턴도. '저 미친 자식들' 하고 욕을 하더라도 내가 무슨 말 하는가 하고 시 아이 에이도 나발통을 대고 듣고 기록하는 거예요. 둬두고 보거든요. 지금까지 둬두고 보니 참 무서운 분이라는 것을 안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나를 고이 모셔야 된다는 것을 알지요. 내가 지금도 간다고 하면 뉴욕의 시 아이 에이 책임자, 에프 비 아이 책임자 부책임자들이 나와서 뒷문으로 모셔 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전에 한번 이민관리국 애들이 툴툴거리다가 한번 다치고는 이제는 그런 말 안 하지요.

싸움 아니고는 올라올 수 없어요. 싸움을 하면서 올라오는 것입니다. 매사가 싸움이예요. 그러니 그것을 누구한테 사정할 수 있어요? 미국이라도 오게 되면 자기를 남같이 대우 안 해준다고 이러고 있어요. 선생님이 무슨 심정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러고 있다구요. 그런 꼴을 보면서도 고아와 같은 불쌍한 이것들을, 밥 못 먹었으니 밥 먹여 주고, 입지 못했으니 입혀 주면서 욕을 해도 욕을 하고 그랬습니다. 그 놀음을 해 나온 거예요. 기가 찬 일이 많지요.

인생의 행로가 평탄하지 않고 곡절도 많았지만, 그 많은 곡절 가운데 선생님을 가까이 따르는 녀석들도 선생님을 긁어 먹고, 별의별 녀석들이 많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내가 사람을 믿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위하고 나오는 것입니다. 그게 사실 얼마나 고통스러워요. 믿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믿어 줘야 되는 것입니다.

내가 전에도 따르는 할머니들에게 말했지만, 할머니가 죽어 묻혀 있는 무덤을 그 아들딸이 다 파 간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고 했다가 지금에야 알지요. 내가 그걸 알기 때문에 거기에 걸리지 않게 하면서 나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뭐라 해도 '집어치워!' 이랬습니다. 자식을 생각하지 않고 가정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누구는 남과 같이 양단 이불 덮고 잘 먹고 네 활개 펴고 잠자기를 좋아할 줄 몰라요?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그래 본 적이 없어요. 새우잠을 잤어요. 그렇게 훈시해 나왔습니다.

요즘에 선생님이 공처가라는 말을 자꾸 했더니 진짜 공처가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웃음) 그것은 교육을 하려니, 지금은 때가 평등을 주장하는 때이니 내가 그렇게 말한 거예요. 알겠어요? 이 한국놈들, 여자에게 반말이나 할 줄 알지 상대로나 생각하나요? 한 다리 걸고 얕보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일부러 그러는 거지요. 그렇게 하고 넘어가야 돼요. 고개를 넘어가야 되기 때문에 해와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렇잖아요? 사탄이 해와를 세워 가지고 타락시켰는데 아담이 해와를 사탄보다 높이 세워 주지 못하고 어떻게 넘어가요? 그런 뜻이 다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지요. 어머니도 그런 것은 모르지요. 내가 임자네들에게는 말하지만 어머니한테도 그런 얘기를 아직까지 안 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