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집: 어찌하십니까 1972년 08월 13일, 한국 청평수련소 Page #138 Search Speeches

기도

아버님, 당신이 그렇게 초라하고 불쌍하신 분인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달리고 달려와도 끝이 없는 복귀의 길이 힘든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적마다 아버님은 얼마나 불쌍하신 분인가를 느끼게 되옵니다. 전개되는 환경과 사정이 엇갈리는 것을 직시할 적마다, 언제나 수천년의 역사를 거쳐오면서 그러한 무리를 대하시는 아버지 입장은 얼마나 딱하셨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옵니다. 인간세상에 왔다가 하늘의 내정을 살필 수 있고, 깊이 체득할 수 있는 생애가 허무한 생애가 아니고 보람 있는 생애라는 것을 알게 될 때에, 당신의 은사 앞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신이 체면을 못 세우시는, 당신이 위신과 면목을 못 세우시는 이때에, 자기의 위신과 체면과 면목을 세울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겠습니까? 당신이 불철주야 허덕이시며 개척의 행로에서 쉬지 않는 걸음을 다짐하는 입장에 계시므로 뜻을 아는 저희들은 밤에도 낮에도 쉴 새 없이 달려가야 되겠습니다. 저희들은 자는 시간도 갖고, 쉬는 시간도 갖고, 자기를 중심삼고 밥먹는 시간도 갖고 있지만 당신은 그럴 수 없는 분인 것을 알게 될 때에, 당신이 어쩌다가 그런 자리에 서셨는지 억울하고도 억울한 것을 느끼옵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의 사정을 알고 난 그날부터 통일교회에 있어서의 지금까지 거쳐온 역사가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자신을 들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은 것을 당신이 잘 아시옵니다. 제가 땅 위에 그 무엇을 남기고, 무슨 권세를 누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을 당신은 아시옵니다. 당신이 그러하셨기 때문에 저희들도 그런 길을 가야 되겠습니다.

아버지, 어린 자식들을 앞에 놓고 아버지 앞에 호소할 때마다 나와 같은 아들딸이 되지 말라고 기도해야 되겠습니다. 나도 그런 기도를 해야 되겠지만, 여기에 있는 당신의 자녀들도 자식들은 자기와 같은 불충한 자식들이 되지 말게 해 달라고, 아버지를 대하여 영광의 자리에서 충효의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자식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로써 아버지 앞에 다짐지어 놓으면서 가야겠습니다. 그 길이 부모의 길임을 저희들은 알아야 되겠습니다.

이 땅 위에 아내들이 많이 있지만, 그를 대해 남편으로서는 죽고 죽고 또 죽더라도 그 은덕을 잊을 수 없는 남편의 길을 남기고 가겠다고 다짐하는 여기의 남편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런 전통이 빛나는 역사를 남김으로 말미암아 우리 후대들은 산 증거를 목격했기 때문에…. 예수가 죽음의 자리에서, 십자가의 자리에서도 늠름하였고 빌라도의 법정에서도 당당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직시하였던 제자들은 죽고 난 예수를 다시 회상하는 자리에서 저들이 기독교를 대신하며서 강하고 담대하였던 것을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보여 주는 것이 귀하고 중한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 통일교회를 아버지께 책망하실 것이 있다면 그 잘못은 저에게 있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슬픈 내용이 있거든, 그것은 책임진 사람이 잘못한 연고인 것입니다. 아버지여,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수고로우신 아버지 앞에 이런 기도조차도 할 수 있는 체면과 면목을 가지지 못하였지만 그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저희의 사정인 것을 잘 아시는 아버님이여, 남북한을 아버지께서 맡아 주시옵소서. 여기에 기반이 되고, 여기에 생명의 기틀이 되고, 아버지 앞에 제2차적인 결의를 다짐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가 죽음길에 나서야 된다는 것을 알았고, 삼팔선을 먼저 넘어야 할 우리들인 것을 알았습니다. 싸움을 책임지고 나서야 할 우리들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엄중하고도 중차대한 역사적인 사명이 오늘날 이 보잘것 없는 저희들에게 있다는 것이, 아버지, 너무나 과중합니다. 너무나 과중합니다. 어느 곳에도 당신이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저희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이런 자리에 오셔야 했던 당신이 얼마나 비참하신 분인가를 저희들은 미처 몰랐습니다.

아버지, 이제 전국에 있는 어린 것들이 여기에 왔습니다. 불구의 몸으로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한 몸으로서 아버지 앞에 왔습니다. 저희의 눈은 뜨이지 않았습니다. 봉사이옵니다. 저희는 귀머거리이옵니다. 저희는 벙어리이옵니다. 아버지의 심정 앞에는 아무런 잘난 것도 갖지 못하였던 것을, 말로는 심정을 얘기했고 입술로는 아버지를 찬양하고 효도를 했지만 진정 내정으로는 하지 못한 것을, 아버지, 이번 기회에 회개하고 돌아가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다 털어 놓아야 되겠습니다. 어린애로 돌아가야 되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밥을 주시면 밥을 먹고, 채찍으로 때리시면 채찍을 맞겠습니다. 종아리를 때리시면 종아리를 맞고 빌 수 있는 그것이 감사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아버지의 사정이 컸고, 아버지의 부탁이 컸고, 아버지의 기대가 컸기 때문에, 그러지 않고는 가실 수 없는 아버지인 것을 알았사오니 응당히 맞아야 할 채찍으로 이제 알고, 저희 자신들이 이번 기간에 다시 한 번 아버지의 긍휼과 사랑과 용서의 희망을 남기고 돌아갈 수 있는 무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지루한 복귀의 한계선이 저희 목전에 다가오는 것을 바라볼 때에, 불어오는 바람결이 세다고 그것을 바라보고 염려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넘어야 할 물결이 크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 지금 당면한 과업이요, 당면한 책임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아무리 센 물결이 휘몰아친다 하더라도 뜻을 위한 우리의 본향 땅을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하는 심정만은 지켜 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수가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하던 이 전통적인 사상을 이어받아 가지고 꽃 피울 수 있는 무리가 돼야 되겠습니다. 예수는 대학을 나온 사람도 아니요, 어떤 학문적인 면에 대해 연구한 사람도 아니었지 않습니까? 무식한 베드로가 3천 명을 회개시킬 때도 베드로에게 하나님이 같이하시느냐 못 하시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지, 지식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민족을 사랑하고 사망을 극히 미워하고, 하나님을 위해서는 생명을 지극히 사랑하는 이 충격적인 자신을 어떻게 발굴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을 알게 하시옵길 간절히 바라옵고 원합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 수련 기간을 당신의 장중에 두시옵소서. 저희는 아름다운 환경과 더불어 은은한 가운데 자연히 흘러 들어오는 새로운 신비를 체험하면서, 무한히 승리의 개척자의 소망을 이 모든 자연 가운데에서 다시 한 번 느끼면서, 내일의 희망에 사로잡힐 수 있는 하나의 선각자의 모습으로 재차 나타나게 하시어서, 메마른 삼천리 반도 위에, 격동하는 삼천리 반도 방방곡곡에, 한민족 위에 당신의 은은한 사랑의 깃발이 보잘것없는 저희들로 말미암아 들려지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제야말로 삶으로 보여 줄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무리가 이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바라서 이번 수련기간을 책정하고 준비하였사오니, 이들이 이 마음, 이 뜻, 이 사상 앞에 고이 일치될 수 있는 무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당신과 더불어 '어찌하시겠습니까?' 하고 염려하는 아들, 당신의 뜻과 더불어 '세계를 어찌하시겠습니까?' 하고 의논하는 아들이 되게 하여 주옵기를 바라면서 말씀을 했고 이번 기간을 설정하였사오니, 승리의 결과를 다짐할 수 있게끔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말씀 참부모님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