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집: 봄철과 인간 1970년 05월 03일, 한국 통일동산 (구리시 교문동) Page #127 Search Speeches

겨울절기의 참된 의미

오늘날 우리 앞에 다가오는 세계는 공포심을 갖게 하는 세계일 것입니다. 그러한 세계가 등장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가을이 점점 짙어가면 짙어갈 수록 그 앞에 무엇이 찾아오느냐? 겨울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인류의 종말의 절박한 내용이 위협과 더불어 우리의 생활권내에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볼 때에, 우리 앞에 겨울절기가 온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아야 되겠습니다.

우리가 겨울절기를 맞는 데 있어서 이 공포의 환경을 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과 대결하여 결단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가을을 극복하고 겨울을 극복할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불변의 생명체, 불변의 결실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새로운 소망으로 찾아 오는, 천지가 준비한 봄절기를 맞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 앞에 한번도 갖추어지지 못하였던 봄날을 우리는 맞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여러분이 생각해야 됩니다.

하나의 결실된 씨앗을 보면, 그것은 지극히 연약하게 보입니다. 그렇지만 설한풍이 몰아치는 동삼삭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용납하지 못하는 기간과 자기의 환경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시련의 기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 기간이 겨울절기인 것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최후의 경계선에 접하는 때가 겨울절기라는 것입니다.

비근한 예를 들면, 잣씨에게는 겨울이 자기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그 씨앗의 생명을 파괴시키는 시기가 아닙니다. 잣 그 자체가 새로운 생명을 탄생하기 위해서 잣껍질을 까는 시기인 것입니다. 이것을 볼때, 계절이 상충되는 것은 다른 계절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계절의 출발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우리가 알아야 되겠습니다.

만일에 잣 자체에 생명력이 없다면 잣 자체가 깨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공포와 위협이 부딪쳐 오는 겨울이라 해도 그 잣 가운데 생명력이 없다면 껍질을 깰 수 없는 것입니다. 생명력이 버티고 있으므로 말미암아 내일의 봄을 맞이할 수 있는 힘, 즉 사방으로 밀어내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부딪치는 힘과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새로운 힘과 더불어 새출발할 수 있는 동기가 새로운 방향을 갖추고 나온다는 것입니다.

지난날의 역사를 우리가 모순적인 것이라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은 보다 가치있는 생명력을 출발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됩니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에 겨울절기는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나쁜 계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봄절기도 좋고, 여름절기도 좋고, 가을절기도 좋지만, 겨울절기는 보다 좋습니다. 내 자신이 지닐 수 있는 생명의 대가, 내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생명의 가치가 내일의 영광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더욱 좋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겨울은 전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최후의 결단을 하는 순간인 것입니다. 이런 것이 겨울절기라는 것을 생각할 때에 역사는 그렇게 돌아가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고 역사시대를 다시 한번 관찰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날 20세기의 세계 문명이 절박한 환경에서 신음하는 겨울을 맞이할 수 있는 운명권내에 있다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전체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 권내에 있는 사회환경에서 한 가지 문제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 자신이 봄절기와 여름절기와 가을절기를 정상적으로 흡수하여 거기에 생명력을 투입하고 집약시켜서 하나의 본연의 생명체의 결실을 어떻게 갖추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갖추어졌다 하면 모든 사회악이나 사회 환경의 반대적인 여건과 부딪쳐서 그것의 외각을 타파시켜 가지고 새로이 출발하는 개문(開門)이 벌어진다면 그때부터 인류의 새로운 봄적인 역사가 출발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생각해야 되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우리 식구들이 지녀야 할 긍지와 우리 식구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최후의 단말마적인 입장에 있는 인류의 운명을 판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네 힘이냐? 내 힘이냐? 자신의 생명력을 내포한 힘의 영향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버지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요, 어머니도 간섭할 수없는 것이요, 그 어떠한 형제도 간섭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기 자체만이 생명력을 지니고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면 어머니 복중에 있을 때에 근본적인 생명력을 잘 받고 태어났느냐? 형제들이 받지 못한 것을 잘 받았느냐? 계절따라 받을 수 있는 진액을 원만히 흡수했느냐? 봄·여름·가을의 3계절을 거쳐오면서 인연되어 있는 생명력을 얼마나 원만하게 흡수했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생사의 결판을 지을 수 있는 역사적인 시점이 우리 인류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숙명적인 노정을 미루어 볼 때에 그런 절기를 거쳐갈 자신을 가진 내가 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