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집: 선악이 가는 길 1972년 05월 18일, 한국 대구 대원예식장 Page #235 Search Speeches

선과 악의 많고 적음으로 생애를 결산한다면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어떠한 개인이나 혹은 어떠한 가정을 살펴보더라도 자기 생애를 다 마치고 운명하기 직전에 자기의 생애를 반성하게 될 때, 어느 누구나 '참으로 복되게 살았고, 선하게 살았다'고 자신 있게 유언을 남기고 가는 사람이 극히 드물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정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그와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개인도 그렇고 가정도 그러하다면 그 개인과 가정이 연결되어 있는 사회와 국가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이렇게 이렇게 살았다고 하는 과거를 두고 볼 때에, 마음으로는 선을 원했는데 실제로는 선을 이루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연초에, 원단을 맞이해서 '나는 이러이러한 좋은 일을 해야 되겠다' 하고 일년의 계획을 세우지만, 365일이 지난 후에 보게 될 때, 그 계획을 전부 다 달성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우리가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 나온 10년이면 10년, 혹은 20년, 30년, 7, 80년의 생애노정 두고 볼 때, 선과 악을 비교해서 악한 것이 많으냐 선한 것이 많으냐고 묻게 된다면, 선한 것보다도 악한 것이 많다는 결론을 누구나 지을 것입니다. 선과 악을 추려 가지고 일대일로 전부 다 제하고 나면 선이 남겠느냐, 악이 남겠느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도 그 누구든지 선이 남는 것이 아니라 악이 남을 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혹 어떤 사람은 천 이상, 만 이상의 선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많은 선을 중심삼고 자랑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자기는 가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생애를 다시 더듬어서 선과 악을 비교해 보게 될 때 남는 것은 선보다도 악이 많은 것을, 선과 악을 서로 제해 보면 남는 것이 선이 아니라 악이라는 결론을 누구든지 내린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 이와 같이 우리 개인이 그러하다면 대한민국을 두고 볼 때 대한민국은 어떨 것이냐? 대한민국이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그 길고 오랜 역사과정에서 세계의 수많은 인류의 추앙을 받을 수 있는 찬란한 문화를 남겼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체를 두고 볼 때, 개인 개인을 비교해 가지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일대일로 나누어 보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역사시대에 왔다 간 사람도 물론이지만 현재에 살고 있는 사람까지도 나라 자체 내에 선이 많이 남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역사, 하나의 국가 운명의 역사를 두고 보더라도 그 국가 운명의 결과는 선보다도 악이 남아진다고 하는 것을 결론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 역사를 두고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땅 위에 30억 인류가 살고 있고 지금까지 수많은 인류가 살다가 갔지만, 그 사람들을 전부 다 종합해 가지고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을 전부 빼서 일대일로 제하고 나면, 즉 역사노정을 엮어 온 인류에게는 반드시 선보다 악이 많이 남을 것이라는 것을 개인을 중심삼고 추리해서 결론을 내려도 무리가 아니다 하는 것을 여러분이 이해할 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게 될 때, 인간은 선한 세계를 바라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결론적인 결과를 보게 될 때, 이 세계는 선한 세계가 되지 못하고 악한 세계에 귀결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세계요, 그러한 나라요. 그러한 가정이요. 그러한 개인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에, 인간은 선 가운데가 아니라 악 가운데서 살게 마련이라는 총괄적인 결론을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