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집: 아버지와 함께 1970년 04월 19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66 Search Speeches

자아 해방을 위해 우리가 찾아야 할 것

하나님께서는 온 천지를 인간을 위해 지으셨고, 하나님이 기뻐하시기 위해서 지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지으신 이 온 천지는 우리 인간과 하나님의 뜻이 일체화할 수 없는 입장에 있습니다. 이것이 비참한 사실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물이 탄식해 왔고 인류 역사가 비참하게 엮어져 나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유산, 하나님이 원치 않은 유업을 상속받은 입장에 있는 것이 현재의 인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입장에 있는 나라는 존재를 존중시하고 있지만 자기를 생각하는 입장에 서면 설수록 가치적인 나가 아니요 도리어 슬픔과 원한을 하나님 앞에 돌린 나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역사적인 사명 앞에 분발해야 되겠다는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오랜 역사를 거쳐온 수난의 노정을 회상하면서 도리어 자기의 위신과 체면을 세울 수 없는 부끄러움에 잠겨야 할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됩니다.

그러한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인류요, 그러한 생애 노정을 걸어온 우리의 생활이었다는 거예요. 또 이와 같은 입장에서 아직까지 그런 환경을 청산짓지 못한 우리 자신인 것을 생각해 볼 때에, 자기라는 관념을 갖고 일체를 생각하는 그런 주관적인 관념이 하나님 앞에 얼마나 체면이 없고 부끄러운 것인가를 우리는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자신들이 이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이냐? 무엇보다도 역사적인 가치의 존재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또, 우리에게 소원이 있다면, 인류를 대신해서 미래를 걸어 놓고 그 소원 이상의 것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역사를 대신해서나 미래를 대신해서 현재의 입장을 결정지을 수 없는 것을 알아야 되겠습니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게 될 때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가를 느껴야 되겠습니다. 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슬픈 의미에서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자신인가를 알아야 되겠습니다.

우리는 자고로 수많은 선지 선열들이 자아 해방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 나왔는가를 알고 있습니다. 또, 선의의 뜻을 품고 왔다 갔던 성인 현철들이 역사적인 자기를 발견하기 위해서 수난의 길을 걸어갔고, 당대에 있어서 승리하고, 미래에 있어서 세움받을 수 있는 자기를 추구하는 도상에서 온갖 심혈을 기울이며 희생해 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거 현재 미래를 놓고, 또 천주 앞에 당당히 나를 세워 주장할 수 있고, 나를 중심삼아 가지고 역사와 더불어 같이 사랑을 나눌 수 있고, 현재와 더불어 같이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미래와 더불어 사랑의 인연을 맺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할 만한 사람이 역사상에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성인 현철들 가운데에도 그러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에, 그러한 역사의 인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시대의 환경 가운데 에워싸여 있는 자신을 주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우리는 알아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