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집: 분립에 의한 천주의 고통 1988년 08월 14일, 한국 본부교회 Page #270 Search Speeches

참된 효자

그러면 밥을 가져온 효자하고 밥은 안 가져오고 사랑을 가져온 효자가 있다면 어떻겠어요? 하나는 밥을 가져온 효자이고, 하나는 사랑을 가져온 효자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사랑을 가져온 효자는 가만 보니까 아무것도 안 가져왔어요. 아, 이건 맛있는 걸 갖다 놓아 가지고 혀가 운동을 하고, 목대가 소리를 내고 야단하는데 눈은 어디로 가느냐 하면 이리로 가는 거예요. (웃음) 효자를 만난 참된 어머니가 본다면 눈이 가겠어요, 안 가겠어요? 응? 대답해 봐요. 「……」

다 그만두자구요. (웃음) 암만 얘기해 봐야 다 잊어버리고 답변도 못 하는 녀석들한테 무슨 얘기를 하겠나. 그만둬요? 「아니요」 30분 됐어요. (웃음) 목사님이 30분만 설교하면 됐지 뭐. 그래 하자구요? 「예」 그래요! (웃음) 답변 잘 할래요? 「예」

그래 밥상을 잘 차려다 대접하는 효자하고, 밥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왔는데 무엇을 가지고 왔느냐 하면, 사랑을 가지고 온 효자가 있다면 어떤 효자가 좋겠어요? 사랑을 가져온 효자라 해도 배고픈 어머니 앞에 먹을 것을 하나도 안 가져오면 그런 불효가 어디 있어요? 그렇지만 하는 말이 `불효자식 왔습니다' 하면서 눈물이 흐르는데는 밥상 이상 좋으니라! 「아멘」 뭐가 아멘이야, 이 쌍것아! 말하기 전에 왜 `아멘' 하고 있어? (웃음) 눈물이 흐르기를 밥상 이상 한다 이겁니다.

그 생긴 모습이 처량하기가 강다리 새끼, 새우 새끼가 밥상에 드러누워 있는 것보다 더 비참하다 이겁니다. 얼굴을 못 들고 흐느끼는 자식이 있다 할 때는 그 자리에서 `야 이 자식아, 스톱. 눈물 흘리지 마. 밥 먹어야 되겠다' 그럴 부모 있어요? `밥 먹어야 되겠다 이놈의 자식아! 이놈의 자식 같으니라구. 부모를 찾아오려면 사과나 과자 같은 먹을 것을 들고 와야지, 맨손으로 오다니 이게 뭐야. 이 자식아' 그러나요?

부모는 마찬가지라구요. 그 자식과 더불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라구요. 그다음엔 손길이 누구에게 가느냐 하면 밥상은 제쳐놓고 어머니 아버지 아들딸의 손끼리 맞잡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붙잡고 우는 거예요. 그 우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밥 생각 하겠어요? 밥 먹을 것을 생각하면서 운다면 그건 가짜 어머니예요. `야, 너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다' 한다는 거예요. 이걸 빼놓으면 생명의 근원이 없어진다구요. 비통한 사실을 느끼는…. 어버이가 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하나될 수 있는 길은 사랑의 길에서만이 가능한 거예요.

그러나 밥은 암만 천년을 먹었댔자…. 완전히 뼛골이 교착되고 화합해 가지고 밀착될 수 있는 길이란 밥을 만 상, 백만 상을 한꺼번에 들이 삼키더라도 그런 운동은 불가능해요. 통일권은 없는 거예요. 거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우리 사람들은 다 똑똑하니까 말하기 전에 다 알고 헤죽헤죽 웃고, `선생님이 이런 말 하겠구만' 하고 있다가 그 말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럼 그렇지' 하는 간나도 있고, 그런 자식들도 있더라구요.

자, 그러면 밥통을 지고 다니는 것이 효자냐, 사랑통을 지고 다니는 것이 효자냐? 사랑이라는 것은 24시간 시공을 초월해 있지만, 밥은 시간성을 초월하지 못해요. 그걸 알아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