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집: 인연의 행로 1972년 07월 16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16 Search Speeches

인간의 운명은 상하 전후 좌우의 관계- 의해 결정된다

내가 한 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전후좌우의 사방이 있어야 되고 상호관계가 연결되는 자리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나'의 위치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또, 그 결정된 위치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방향을 갖추게 될 때,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이 구별되어지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하는 것이 무엇에서 결정되느냐 하면,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위치에서 방향을 가려 나가는 데서, 다시 말해 직장이라든가 혹은 사회의 어떠한 부류에 속하여 무엇을 하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개인이 그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연히 그렇게 선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어떠한 기정적인 운명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되겠습니다.

상하관계를 두고 보면, 부모가 있고 앞으로는 후손이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다음에 미래로 통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기를 중심삼고 보게 되면 좌우와 통하고, 전후와 통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개인은 상하 전후 좌우의 관계에 의해 존속하고, 위치를 결정해 가지고 방향을 취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 관계라는 것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관계가 맺어지기 전에 반드시 인연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되겠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에 난데없이 한 사람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그 인연에 따라 일생에 없어서는 안 될, 승패를 결할 수 있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을 우리는 느끼고 혹은 볼 수 있습니다.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이겁니다. 우연 같지만 역사시대를 거쳐온 인생일진대, 그 인생의 배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그런 인연이 엮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되겠습니다. 그 만난 당사자들은 한 시대권내에 있지만 그들이 만나기 전까지의 배후라는 것은 역사성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그 역사과정에는 개인이 동참할 수 있는 것이요, 혹은 가정, 종족, 민족, 국가, 대한민국이면 대한민국 전체가 가담되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한 나라를 지나 이방, 더 나아가 전세계가 그 권내에 가담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을 중심삼아 가지고 빚어진 이 세계뿐만이 아니라 하늘이 있다면 하늘까지도 그 배후에는 반드시 인연이 개재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난 것이 순간적인, 일시적인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이 부부를 이루게 된다고 할 때, 그 부부를 이루게된 것이 20대면 20대, 30대면 30대의 평면적인 생을 지닌 사람들로서 만나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종횡, 혹은 전후 좌우를 중심삼은 방대한 인연의 운명길이 연결되어 가지고 어느 한 시점에서 상봉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될 때, 결혼이라는 문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두 사람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삶을 대신해 가지고 살아 간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만일 하나님이 있어 가지고, 거기에 하나님의 인연이 가담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들은 역사적인 부부일 뿐만 아니라 천륜을 대변할 수 있는 부부로서 인연이 맺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평면적으로 보면 개인과 가정과 종족과 민족과 국가와 세계를 연결시킬 수 있는 인연이 연결돼 있고, 종적인 면으로 보게 된다면 천륜이 가담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